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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와 관련,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협상할 예정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고 있다. /연합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이로써 이미 미국에서 협상을 진행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우리 측 통상라인 수장이 모두 워싱턴에서 총력전을 펼치게 됐다. 김 실장은 이날 출국에 앞서 "(협상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해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김 실장은 또 "우리가 목표로 하는 APEC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준비하기도 적절하다"고 밝혔다. APEC 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은 것이다.
김 실장 등이 백악관 관리예산국(OMB·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을 직접 방문할 예정인 것도 협상이 '절차적 수순'만 남기고 있다는 예측을 낳게 한다. OMB는 미 대통령의 예산 관리와 행정부 정책 집행을 감독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이 이곳에서 합의문의 행정적 문구를 최종 조율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한국과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라며 "향후 열흘 내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이 높아지는 가운데 경제계도 적극 힘을 보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으로 알려진 '마러라고 리조트'로 총출동한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초청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 가능성이 있어 재계의 큰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미국과 관세 협상이 늦어지면서 우리 기업들이 대미 자동차 수출 25% 관세 등 품목별 고율 관세를 적용받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 중국의 한화조선소 등 우리 기업 때리기로 이래저래 이중고에 빠져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의 타결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선불(up front)로 내기로 했다"고 거론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서두르기만 하다가는 자칫 미국의 페이스에 말릴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 대통령의 "(관세협정에) 합의했으면 탄핵당했을 것"이라는 언급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오직 국익 기준에 맞춰 국가 미래를 위한 정당한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