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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안 발생의 배경 자체가 본질적으로 다른 '이산가족'과 '납북·억류·국군포로' 문제를 통합해 관리한다는 정부의 안은 납북자 문제를 외면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다. 피해 가족들은 이산가족 문제는 6·25전쟁으로 가족이 분리된 '인도적 사안'이고 납북자 문제는 북한에 의해 벌어진 '납치 범죄 사안'으로 구분해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납북·억류 피해자 가족들은 통일부에 납북·억류·국군포로 등을 전담하는 조직 혹은 '북한 반인도범죄 및 전쟁범죄 피해자 지원과' 등의 별도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성의 (사)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은 16일 "납북자들은 전쟁, 자발적 이주 등으로 발생한 이산가족들과 달리 철저히 개인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끌려간 피해자들이자 북한의 반인륜적 계획납치 범죄의 피해자"라며 "납북자 전담조직 폐지는 통일부의 인식부족과 자국민 보호에 대한 의지의 허약성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성의 이사장은 "이번 조직개편안은 75년동안 외면당해온 납북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정부가 최초로 설치한 조직을 약화시킴으로써 현 정부의 자국민 보호와 6·25 전쟁 범죄의 책임규명 및 해결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이어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고자 한다면 정부는 반드시 끌려가신 우리 아버지, 형제들의 생사확인과 송환, 그리고 지금도 억류되고 고통당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을 되찾아오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 납북자를 한 명이라도 구출해와야 한다. 75년동안 전시납북자는 단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다"며 "진정한 평화는 북한 범죄 행위에 대한 인정과 책임규명, 원상회복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익명의 전후 납북 피해자 가족은 "개편 조직에 '납북'을 붙여서 진보 정부로서는 나름 신경 썼다고 보지만 실질적인 해결은 안 해놓고 그냥 조직만 합쳐놓은 꼴"이라며 "이산가족 문제와 납북 문제는 사안 자체가 다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북한에 억류돼 있는 최춘길 선교사의 아들, 최진영 씨는 "'아버지는 살아계신가요'라는 질문을 우리는 10년째 반복하고 있다. 납북자대책팀 폐지 소식을 듣는 순간 우리는 또다시 국가로부터 잊혔다는 절망을 느꼈다"며 "정부가 이 문제를 더 이상 우선순위로 두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우리는 누구에게 생사 확인을 요청해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최 씨는 이어 "납북자대책팀은 단순한 행정조직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최소한의 약속이었다"며 "납북자 문제는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한 역사적 책임이며 북한 인권 침해에 맞서야 할 국제적 과제"라고 덧붙였다.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의 형인 김정삼 씨도 정부로부터 납북자대책팀 폐지와 관련한 입장 설명 등을 들은 바가 없다며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씨는 "저와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전담 조직이 폐지됐다는 소식이 아쉽고 안타깝다"라며 "전담하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과거보다 힘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씨는 '이산가족납북자과'가 향후 어떻게 활동할지 일단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6·25전쟁 전후로 납북된 피해자는 10만 여명에 이르며 돌아오지 못한 전후 납북자의 경우 516명이다. 또한 북한에는 김정욱(2013년), 김국기(2014년), 최춘길(2014년) 선교사를 포함해 한국 국민 6명이 억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