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가격 경쟁·민족주의 '삼중고'
자동차·커피·패션 등 전방위로 토종 부상
루이비통 등 명품 시장은 견조한 흐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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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BMW, 유니클로, 이케아 등 세계적 기업들은 최근 실적 전망을 잇따라 낮췄다. 미중 무역 갈등에 따른 관세 부담과 갈수록 치열한 가격 경쟁에 더 깊어진 민족주의 정서까지 겹치면서 '중국의 뉴노멀' 시대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안나 만즈 네슬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에서는 그동안 유통망 확대에만 집중했지만, 이제는 소비자 중심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슬레는 "유통 구조를 정리하고 소비자 수요를 직접 끌어올리겠다"고 설명했다.
외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중국 내 치열한 가격 경쟁에 직면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모두 판매 감소를 보고했다.
패션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중국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유니클로의 중국 매장은 900곳에 달하지만, 소비자들이 알리바바의 타오바오 등 온라인 할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매출이 타격을 받았다.
나이키 역시 중국 시장에서 5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 안타·리닝 등 토종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다. 나이키는 르브론 제임스와 자 모란트 등 미국 스타 선수들을 내세워 홍보전에 나섰지만, 소비 회복의 조짐은 뚜렷하지 않다.
세계적인 주류업체 프랑스 페르노리카는 중국 매출이 27% 급감했다고 밝혔다.
명품 시장만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루이비통 모기업 LVMH는 3분기 중국 매출이 예상보다 양호했다고 밝혔다. 상하이에 문을 연 '배 모양 부티크' 등 혁신적인 매장 경험이 소비자 반응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LVMH의 세실 카바니스 CFO는 "새로운 매장 경험이나 혁신적인 시도가 곧바로 소비자 관심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중국산 브랜드의 부상은 전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올해 1~8월 기준 중국산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69%로, 2020년(38%)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커피 시장에서는 루이싱커피가 스타벅스를 추격하고 있다. 루이싱커피의 라떼 가격은 99위안(약 1973원)으로 스타벅스의 3분의 1 수준이다.
화장품 시장도 판도가 바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2025년 중국 내 현지 화장품 브랜드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외국 브랜드를 넘어 50.4%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판 자라'로 불리는 어번리비보는 해외 진출을 확대 중이며, '황금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라우푸골드는 올해 주가가 214% 급등했다. 라우푸골드의 고객 77%는 루이비통, 에르메스, 까르띠에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구매 고객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단순한 경기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고 본다.
소비 패턴의 세분화와 국산 브랜드의 고급화에 '가성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맞물리면서 외국 기업들이 예전처럼 브랜드 파워만으로 시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는 단순한 진출이 아니라, 현지 문화와 소비 감성을 깊이 이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토종 브랜드의 부상은 이제 되돌리기 힘든 흐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