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찬 채 얼굴 가리고 호송차로 빠른 걸음
호송 전세기서 체포…"구금 피해자인 동시에 범죄 가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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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8시 35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국제선 입국장에는 경찰들의 삼엄한 경비가 이어졌다.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스캠 등 범죄에 가담했다가 현지 이민당국 단속에 의해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에 대한 대규모 송환 작전이 이뤄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전세기 착륙 1시간 20여분 만인 9시 53분께 입국 수속을 마친 송환 대상자들이 수갑을 찬 채 모습을 드러냈다.
날씨가 쌀쌀해진 한국과 달리 여전히 더운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이들은 대부분 반팔·반바지와 맨발에 슬리퍼 등 한여름 복장을 하고 있었다. 팔·다리 등 몸 곳곳에 문신을 새기거나 아예 온몸을 문신으로 덮은 이들도 있었다. 피의자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응했다. 일부는 종이와 손 등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20~30대 청년으로 이뤄진 피의자들은 양팔을 호송관에게 붙잡힌 채 경찰 통제선으로 둘러쳐진 이동로를 따라 빠르게 호송차량으로 이동했다. 이들 양 옆에는 호송관 외에 개인 소총을 든 경찰 특공대원들도 동행했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이 한 피의자에게 "형"이라고 말을 걸며 쫓아가다가 경찰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공항을 찾은 일부 이용객들은 불편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여행을 위해 공항에 방문한 차모씨(31)는 "자꾸 피해자라고 묘사되는데, 알고도 간 경우가 많은 것 보면 결국 범죄자들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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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들을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전세기를 동원한 것은 역대 세 번째로, 이번이 단일 국가 기준 최대 규모 송환이다. 호송 경찰관만 190여명이 전세기에 동승했으며,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비롯한 정부합동대응팀 관계자들도 탑승했다. 인천공항에도 안전을 대비하기 위해 소총을 든 경찰 특공대원들과 공항현장대응단 인력 215명이 아침 일찍 배치됐다. 함께 캄보디아를 방문했던 더불어민주당 재외국민안전대책단 황명선 의원은 이날 공항에서 회견을 열고 "우리 국가 입장에서 그분들은 폭력·감금의 피해자이자 한편으로는 범죄 단체 조직 가담자"라며 "냉정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곧장 △충남경찰청 45명 △경기북부경찰청 15명 △대전경찰청 1명 △서울 서대문경찰서 1명 △김포경찰서 1명 △원주경찰서 1명 등 각 관할 경찰서로 이동해 조사를 받게 된다. 경찰은 이번 송환 대상자들의 범죄 혐의점에 대해 수사하면서 납치·감금을 당한 뒤 범죄에 가담했는지, 불법성을 인지하고도 적극 가담했는지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귀국 후 "법적 절차에 따라 국내법의 심판을 받도록 할 것"이라며 "마약 투약에 관한 의혹들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송환자들에 대해서는 마약 검사도 전부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