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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아프간, 도하서 ‘긴급 평화협상’… 휴전 중에도 공습·테러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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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0. 19. 08:38

AFGHANISTAN-PAKISTAN-UNREST <YONHAP NO-5136> (AFP)
파키스탄의 공습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18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팍티카주 우르군 지역에서 열린 가운데 유족들이 기도를 드리고 있다. 파키스탄은 전날 휴전을 깨고 공습을 단행해 최소 10명의 사망자를 냈으며, 양국은 이날 카타르에서 긴급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AFP 연합뉴스
지난 일주일간 양국 국경에서 벌어진 수십 년 만의 최악의 유혈 충돌 이후, 양측은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긴급 평화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고 18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 등이 보도했다. 하지만 회담 기간 연장된 휴전 합의는 시작부터 삐걱거렸고, 양국의 뿌리 깊은 불신과 갈등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도하 회담은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들의 긴급 중재로 성사됐다. 양측 모두 국방장관이 직접 협상단을 이끌고 참석했고, 양국 정보기관의 고위 관리들도 배석했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회담 목표를 "아프가니스탄에서 비롯된 파키스탄 내 테러 행위를 즉각 종식시키고 국경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명확히 밝혔다. 이는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 파키스탄 탈레반(TTP) 문제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아프간 탈레반 측 역시 "약속대로 파키스탄 측과의 협상이 오늘 도하에서 열릴 것"이라고 확인하며 회담에 임했다.

하지만 회담 분위기는 시작부터 얼어붙었다. 양측은 회담 기간 동안 휴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파키스탄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해 군인 7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파키스탄 군은 이 공격의 배후로 아프간에 근거지를 둔 TTP 연계 세력을 지목했다.

이에 파키스탄은 휴전 합의를 무시하고 17일 밤 아프가니스탄 동부 팍티카주의 TTP 근거지를 겨냥해 추가 공습을 단행했다. 파키스탄 정보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인된 테러리스트 캠프를 타격했으며, 민간인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프간 탈레반 측은 "파키스탄의 공습으로 민간인 최소 10명이 숨졌으며, 여기에는 현지 크리켓 선수 3명도 포함됐다"고 맹비난했다. 분노한 아프가니스탄 크리켓 위원회는 다음 달 파키스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3개국 친선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뇌관은 파키스탄 탈레반(TTP)이다. 2021년 아프간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 이들과 연계된 TTP가 아프가니스탄을 안전한 은신처 삼아 파키스탄 내에서 테러 공격을 급격히 늘려왔다. 파키스탄은 올해 들어서만 테러로 240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심각한 안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

파키스탄은 아프간 탈레반이 TTP를 의도적으로 비호하고 있다고 비난하지만 탈레반은 이를 부인하며 양국 간의 불신은 깊어질 대로 깊어지고 있다.

특히 파키스탄 내부에서는 탈레반에 대한 깊은 '배신감'과 함께 과거 정책에 대한 자성론까지 나오고 있다. 파키스탄은 과거 소련 침공 시절부터 탈레반을 지원하며 아프간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다. 2021년 탈레반이 재집권했을 때 파키스탄 총리는 "노예의 족쇄를 끊었다"며 환영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탈레반이 TTP 문제를 해결해주기는커녕 오히려 파키스탄의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자, 파키스탄 내에서는 "탈레반을 지원한 것은 전략적 천재성이 아니라 역사적 실수였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은 "탈레반은 아프간에 은신처를 둔 대리인들을 통제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도하 회담이 진행되고 있지만, 양측의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워낙 커 단기간에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파키스탄은 TTP 소탕이라는 명확한 결과를 요구하는 반면, 탈레반은 TTP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며 파키스탄의 주권 침해만 비난하고 있다.

한 전직 파키스탄 외교관은 알자지라에 "아프간 정부가 자국 영토 내 TTP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한, 상황은 계속 긴장 상태로 남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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