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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3세 시대’ 연 HD현대… 정기선, 조선·기계 재도약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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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5. 10. 19. 17:35

37년 만에 오너경영… 본격 세대교체
조선 안정화·AI·친환경 선박 투자 가속
정몽준 지분 승계 등 경영권 숙제도
정기선 HD현대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오너 3세 경영' 시대에 들어섰다. 기존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며 '전문경영인 체제'가 막을 내리고,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에 이어 37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로 복귀하게 됐다.

정 회장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조선 및 기계부문의 재편이다. 연말과 연초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과 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이 차례로 마무리되면서 이들 사업의 조기 안정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조선산업이 특히 한미 경제 협력의 핵심 축으로 대두된 만큼 정 회장으로선 선제적 투자와 중장기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침체된 건설기계 사업의 회복 여부도 새 경영 체제 조기 안착을 결정할 전망이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지난 17일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하면서 '세대 교체'이자 '오너 3세 경영' 분수령을 맞이했다. 이번 인사에서 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과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은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조 부회장은 정 회장과 함께 HD현대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으며, 내년 3월 주총을 끝으로 HD현대 대표이사에서 사임한다.

HD현대는 1972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조선소를 세우며 한국 조선산업의 기틀을 다진 후 가족 경영과 전문 경영의 조화를 모색해 왔다. 1982~1988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오너 2세 경영을 이어간 뒤 최근까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왔다.

정 회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장남이다. 2009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뒤 한국조선해양, 현대글로벌서비스(현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을 거쳤다. 2016년 현대중공업 전무 당시 현대글로벌서비스 설립을 주도해 시총 11조원의 그룹 대표 신성장 사업으로 키웠다.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이던 2021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작업을 직접 진두지휘해 건설기계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최근에는 AI(인공지능) 혁신과 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직원 복지와 조직 소통에도 앞장서고 있다. 자녀를 둔 직원들에게 육아비를 지원하고 어린이집 '드림보트'를 운영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다. 주요 현장 점검은 물론, 임직원 참여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 소통을 강조해 왔다.

HD현대는 현재 대규모 사업 재편을 앞두고 있다. 12월 1일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 내년 1월1일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통합 등이 핵심이다. 정 회장은 이 과정에서 대형 조직 개편과 주요 사업 간 시너지 창출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이번 인사에서 정 회장은 기존에 맡고 있던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직에 더해 건설기계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도 겸직하며 직접 현안을 챙기기로 했다. 조선·에너지와 함께 그룹의 또다른 축인 건설기계부문을 끌어올리겠단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의 주축인 조선부문은 미국 협력과 친환경 선박 전환이라는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정 회장이 한미 조선업 상징인 마스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해외 조선소 인수 혹은 설립을 추진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회장의 HD현대 지분 확대는 향후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로 평가된다. 현재 정 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6.12%다. 지주사 출범 직후인 2018년부터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앞으로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부친인 정몽준 이사장의 보유 지분(26.6%)을 원활히 승계받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점점 치열해지고, 다변화하고 있는 국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간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되, 신-구 경영진의 조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성장은 물론, 전 분야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도 전력을 다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종합 중공업 그룹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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