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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 근간 뒤흔드는 ‘대법관 증원’과 ‘재판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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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0. 21. 00:0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안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민주당 사법개혁특위는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하고 법관평가제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들을 20일 발의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들을 처리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법 시행 이후 1년 유예기간을 둔 후 대법관을 매년 4명씩 3년에 걸쳐 이르면 2029년까지 증원을 마치겠다고 한다.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는 법원 내부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기류다. 하지만 민주당 안대로라면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중 증원된 대법관 12명과 더불어 2027년 만 70세로 퇴임하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6년 임기를 마치는 대법관 9명 등 10명을 합쳐 총 22명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대법관의 절대 다수를 친여 인사로 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법 장악 의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법관 임기는 대통령보다 긴 6년이다.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을 장악한 상태에서 사법부까지 그렇게 되면 삼권분립은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

민주당 안이 최소한의 정당성과 공정성을 얻으려면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증원을 완료해서는 안 된다. 10~15년에 걸쳐 차기 정부에서도 대법관 증원을 하는 등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나 통치형태에 대한 헌법 개정을 할 때 제안한 대통령은 개헌 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다. 여권은 대법관 증원은 법원조직법 개정만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삼권분립 등 통치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헌법을 손대는 것만큼 막대할 것이다. 특정 대통령이 임기 내에 이처럼 절대 다수의 대법관을 임명한다는 것은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그 정치적 파장도 클 것이다. 무엇보다 최고 법원인 대법원과의 긴밀한 협의와 동의가 필요하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맞다.

또 다른 논란거리인 재판소원 도입은 이번 발표 안에서 빠졌지만, 민주당 지도부 안으로 관련법이 발의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당 지도부 의견으로 재판소원 입법 발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재판소원은 확정판결이 난 사건을 헌법재판소에서 추가로 다툴 수 있도록 해 사실상 '4심제'로 불린다. 하지만 헌법상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헌법재판소 아래에 놓이는 구조라 헌법 위반 소지가 크다.

이와 관련, 정 대표의 발언은 섬뜩하다. 그는 사개특위 회견에서 "'태산이 높다고 하되 다 하늘 아래 뫼'다. 법원이 아무리 높다고 한들 다 헌법 아래 기관"이라고 했다. 국민 모두가 위헌 소송을 할 수 있는 현실에서 대법원 판결도 헌법재판소로 가져가 다시 '재판'을 받는 게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삼권분립의 주체로서의 사법부 위상을 부정하고 사법까지 정치화시키는 것은 물론, 사회를 끝없는 재판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말을 여당 대표가 너무 쉽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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