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준금리 인하·증시 훈풍 타고… 은행 공모펀드에 ‘뭉칫돈’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022010007705

글자크기

닫기

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10. 21. 17:54

신한·하나은행 판매잔고 18조 돌파
수수료 통한 비이자이익 개선 기대
은행권 자산관리 강화 전략 시너지

5대 시중은행의 공모펀드 판매 잔고가 8개월 만에 14조원 이상 불어나며 시중 자금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와 증시 훈풍에 힘입어 국내 공모펀드 시장이 전체 판매 잔고 300조원을 돌파하는 등 활기를 되찾자, 주요 판매 채널인 은행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적극적인 펀드 판매 확대로 신한은행은 15년 만에, 하나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판매 잔고 18조원을 돌파했다.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ELS 판매가 위축된 가운데,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공모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하반기 들어 이자이익 증가세가 둔화되며 비이자이익 확대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펀드 판매 증대는 수수료 이익을 통한 비이자이익 개선으로 이어진다. 또 은행의 자산관리(WM) 강화 기조와 맞물리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공모펀드 판매 잔고는 76조324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신한은행의 판매 잔고는 18조8288억원으로, 5대 은행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말(13조6487억원)보다 38%가량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10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하나은행이 같은 기간 17% 늘어난 18조4863억원을 기록해 2위에 올랐고 KB국민은행 16조7258억원, 우리은행 14조7932억원, NH농협은행 7조490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공모펀드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으고 운용하는 펀드다. 증권과 은행, 자산운용사를 통해 주로 판매되며, 주식·채권·단기금융(MMF) 등에 주로 투자한다. 사모펀드와 달리 공시 의무 등 금융당국의 규제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

작년 하반기부터 채권형 펀드 중심의 판매 전략을 강화했던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에 앞서 중·단기 채권형 펀드 위주 판매 전략을 수립했고, 시장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다시 한 번 코리아' 캠페인을 통해 국내주식형 펀드에 1조원의 자금이 유입된 영향도 컸다. 하나은행 역시 중·단기채 중심으로 상품 라인업을 확대해 펀드 판매를 늘렸다.

실제 이들 은행의 판매 잔고 증가는 채권형 펀드가 주도했다. 5대 은행의 채권형 펀드 판매 잔고는 지난 8월 20조6706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약 8조원(61%) 증가했다. 통상 금리 인하기에는 채권형 펀드의 인기가 높다.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주식형 펀드에 비해 손실을 볼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안정성을 중시하는 은행 고객들의 성향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추세는 은행 비이자이익 확대에도 긍정적이다. 올해 상반기 5대 은행의 펀드 판매 수수료 이익은 16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 증가했다. 하반기 들어 증시 호조세가 이어지며 채권형 펀드보다 수수료율이 높은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만큼 은행의 비이자이익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자산운용사의 주식형 펀드 유입액은 10조9000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증가 폭이 컸다.

은행의 WM(자산관리) 강화 행보에 따라 공모펀드 판매도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목표달성형 펀드 중심으로 라인업을 넓히고, 사후관리 강화로 고객 재유치를 유도할 방침이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취득한 투자자문업 라이선스를 통해 자문 서비스와 펀드 판매의 시너지를 확대 중이다. 다른 은행들도 WM 네트워크와의 연계 및 펀드 가입 이벤트를 통해 고객 유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홍콩 ELS 사태 이후 공모펀드 시장이 많이 위축돼 있었는데, 최근 증시가 좋아지면서 다시 은행의 중요한 비이자 수익원으로 자리 잡는 추세"라며 "유입된 단기 자금을 장기 투자로 안착시키는 것이 향후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