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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어땠어?] 오아시스, 16년 만에 다시 ‘리브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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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10. 22. 08:30

2009년 이후 16년 만에 내한 콘서트
5만5000 관객이 완성한 세대의 합창
batch_SEOUL-2 ⓒHARRIET T K BOLS
21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아시스 내한콘서트/라이브네이션코리아
"뷰티풀! 땡큐."

가을 시작을 알리는 차가운 공기도 '브릿팝의 전설' 오아시스(Oasis)의 귀환을 막지 못했다. 21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은 5만5000여명 관객의 함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려 16년 만의 내한이었다.

고양종합운동장 인근은 공연 시작 전부터 인파로 붐볐다. 수만 명의 관객이 일찍부터 몰려들어 주변은 북새통을 이뤘다. 오아시스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맨투맨과 점퍼로 단단히 채비한 팬들은 들뜬 표정으로 음악을 들으며 입장을 기다렸다. 공연 포스터와 멤버들 등신대 앞에는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공연의 포문은 '헬로'(Hello)로 열렸다. 리암 갤러거의 거칠고도 단단한 보컬이 울려 퍼지자 객석은 곧 거대한 떼창으로 뒤덮였다. 이어 '애퀴에스'(Acquiesce), '모닝 글로리'(Morning Glory), '썸 마이트 세이'(Some Might Say), '시거렛츠 앤드 알코올'(Cigarettes & Alcohol) 등이 잇따르며 현장은 1990년대의 열기로 되살아났다. 리암은 특유의 자세로 마이크를 잡고 탬버린을 흔들며 팔을 높이 들어올렸다. 수만 명의 관객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함성을 내질렀다.

리암 갤러거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아시스 내한콘서트에서 한국 팬들의 떼창을 듣고 있는 리암 갤러거/라이브네이션코리아
노엘 갤러거
21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아시스 내한콘서트에서 기타 연주를 선보이고 있는 노엘 갤러거/라이브네이션코리아
무대 한편에서 노엘 갤러거는 묵묵히 기타를 연주했다. 그는 '토크 투나잇'(Talk Tonight), '하프 더 월드 어웨이'(Half the World Away), '리틀 바이 리틀'(Little by Little) 등으로 분위기를 서정적으로 이끌었다. 관객들은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하늘을 별빛처럼 물들였다.

갤러거 형제는 여전히 말보다 음악으로 교감하는 방식을 택했다. 노래 사이사이 리암은 "정말 아름답다" "떼창이 대단하다" "아름다운 밤이다"라는 짧은 감탄만을 남겼다. 하지만 그 몇 마디면 충분했다. 관객들은 모든 곡에 떼창으로 답했고 수십 년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하나의 합창단처럼 공연장을 메웠다.

'하프 더 월드 어웨이'가 흐를 때는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하며 리듬을 탔고 스탠딩석 곳곳에서는 강강술래처럼 손을 맞잡고 원을 그리며 공연을 함께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앙코르 무대는 '더 마스터플랜'(The Masterplan)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 '원더월'(Wonderwall) '샴페인 슈퍼노바'(Champagne Supernova)로 이어졌다. 후렴이 시작되자 관객 전원이 하나의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 불렀다. 마지막 곡이 끝나자 하늘 위로 불꽃이 터지며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관객층은 세대를 가리지 않았다. 30·40대는 물론 10·20대 관객도 대거 몰렸다. 세월이 흘러도 오아시스의 음악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한 장면이었다. 표를 구하지 못한 수백 명의 팬들은 공연장 밖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불렀다.

공연장을 찾은 20대 남성 정모 씨는 "그룹 데이식스를 좋아하다 밴드 음악이 궁금해졌고 그 흐름을 따라가다 오아시스의 음악을 접했다"며 "한순간에 빠져들었다. 지난 7월 영국 웨일스 카디프 프린시팰러티 스타디움 공연도 다녀왔는데 오아시스가 오래도록 무대 위에서 노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atch_wide shot ⓒJoshua Halling (1)
21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오아시스 내한콘서트/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전북 익산에서 15세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김가영(45) 씨는 "내가 딸 나이쯤에 오아시스 노래를 처음 듣고 팬이 됐다. 이날이 오기를 16년을 기다렸다"며 "직접 라이브로 듣는 순간 정말 행복했고 딸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어 더없이 뜻깊은 밤이었다"고 전했다.

오아시스는 2006년 첫 내한, 2009년 마지막 공연 이후 해체했지만 리암과 노엘은 각자 솔로로 꾸준히 한국을 찾으며 팬들과 인연을 이어왔다. 이번 무대는 그 모든 시간을 관통하는 상징적 재회였다. 화려한 장치보다 단단한 사운드로 무대를 채운 이들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전설'임을 증명했다.

오아시스는 1991년 리암(보컬)·노엘(기타·보컬) 갤러거 형제를 중심으로 결성된 영국 대표 밴드다. 정규 7장의 앨범을 모두 영국 차트 1위에 올리고, 전 세계 음반 판매량 9000만장을 넘긴 전설적 그룹으로 꼽힌다. '돈트 룩 백 인 앵거' '리브 포에버' '원더월' 등 수많은 명곡으로 시대를 대표했다.

2009년 불화로 해체한 이들은 지난해 8월 전격 재결합을 발표하며 세계 투어를 시작했다. 올해 7월 웨일스 카디프 공연을 시작으로 전석 매진이 이어졌고 한국 공연 역시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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