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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반복업무는 로봇, 핵심 연구는 석·박사…자동화 실험실 만든 LG화학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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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안소연 기자

승인 : 2025. 10. 22. 16:23

대전 기술연구원 분석연구소 내 구축
배터리 핵심소재 양극재 분석 수행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R&D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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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래 LG화학 분석연구소장이 자동화 실험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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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에 설치된 로봇이 양극재 실험을 할 시료통을 옮기고 있다. /LG화학
산업현장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 로봇과의 협업은 어떤 모습이 이상적일까. 위험성이 있거나 간단한 업무는 로봇에 맡기고 생산적인 일에 인력을 더 적극적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로봇 도입의 취지이기도 하다.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분석연구소는 최근 로봇 자동화 실험실을 구축했다. 로봇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양극재 분석을 수행하는데, 이는 그간 연구원들이 직접 하던 업무다. 로봇 도입으로 석·박사 연구원들은 성과를 빨리 낼 수 있는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LG화학의 주요 사업군인 화학은 불황이고 이차전지 소재 부문은 캐즘을 겪고 있지만, 언젠가 반전의 역할을 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전보다 몰두할 환경을 만든 셈이다.

LG화학은 현재 자동차용 소재, 반도체용 소재 등 소재 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데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분석연구소는 자동화 실험실 등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에 적절한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이를 적극 지원 중이다.

17일 방문한 LG화학 대전 기술연구원 내 분석 연구원에 설치된 로봇 실험실에는 '암 로봇'이 천천히 움직이며 분석 시료를 옮기고 분석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암 로봇은 협동로봇에서 쉽게 말해 로봇팔을 말한다. 이 로봇 팔을 이동식 로봇에 탑재한 형태로, 현장에서는 AMR이라고 부른다.

연구원이 분석 시료를 보관함에 넣고 'ALIMS'라고 부르는 시스템에 실험 정보, 즉 로봇이 수행해야 하는 일을 입력하면 사람이 하는 일은 끝난다. 로봇은 이때부터 움직인다. 정보 입력이 완료되자 로봇이 시료를 출고해 전처리 장비로 이동한다. 로봇은 잘 움직이다가도 멈칫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상이 있는 게 아니라 중앙 시스템과 계속 통신하는 과정이다. 각각의 포트에 트레이가 제대로 올라갔다는 신호를 중앙 시스템에 보내고, 로봇은 다음 트레이를 가져가라는 명령을 받는다.

전처리 장치로 옮긴 뒤 로봇은 무게를 재면서 시료를 소분한다. 소분한 시료는 또 다른 실험 구역으로 이동하는데 로봇이 시료를 넣으면 엑스레이를 쏘아 성분을 분석하기도 하고, 또 다른 구역에서는 순간적으로 1000도 이상의 고온으로 연소시키기 위한 첨가물인 조연제를 투입해 시료에 포함된 탄소 함량을 확인한다. 그리고 폐기까지 자동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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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욱 무기분석PJT 책임(왼쪽부터), 박제섭 데이터분석PJT PL, 장영래 분석연구소장, 한재희 데이터분석PJT 책임 등 LG화학 분석연구소 연구원들이 로봇의 업무 수행을 지켜보고 있다. /LG화학
이 일련의 과정들은 연구실에서 단순 업무로 분류된다. LG화학 분석연구소는 95%의 인력이 석·박사다. 특히 박사가 43%인 고급 인력의 집합체인데, 단순 업무를 로봇이 진행함으로써 이 인력들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장영래 LG화학 분석연구소장은 "고급 인력들이 핵심 업무에 더 많이 투입돼 제품 개발에 매진할 수 있으며, 고객사에 생긴 문제도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서 "우리만의 분석 기술 및 차별화한 특성 개발에 인적 자원을 더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이 해당 업무를 진행하는 속도는 사람보다 느리다. 다만 24시간 수행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결과적으로는 연구원들이 근무시간에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소화할 수 있다. 장 소장은 "숙련된 분석 연구원이 할 때와 로봇이 업무를 수행할 때 작업 오차율 차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적 오류는 낮아지고 실험을 수행할 시료 개수와 신뢰도는 높이는 셈이다. 또한 작은 가능성의 안전 문제도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자동화실험실 구축 후 LG화학 사내에서는 석유화학, 이차전지소재 등을 가리지 않고 분석 의뢰 건 수가 증가하고 있다. 사업적으로 부지한 시기이지만 R&D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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