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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좌우 없이 ‘급진 쇼츠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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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승인 : 2025. 10. 29. 07:24

데스크 칼럼용
이충재 정치부장
'진보와 보수가 무엇인가요'라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강으로 중·고등학교 교단에 오르거나 대학생들 앞에 서게 될 때 나오는 공통질문이다. 정치부 기자에게 할 수 있는 원초적인 질문이자 학생 눈높이에 맞춘 현답을 찾기 어려운 난제이기도 하다.

이 난제를 설명하려면 칠판을 좌우로 넓게 써야 한다. "보수는 사회의 핵심 가치를 지키자는 것이고, 진보는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자는 것이죠." 보수라는 단어 옆에 '수구(守舊)'를 쓰면서 "수구는 사회가 변화하고 있음에도 과거의 가치에 갇혀서 변화를 거부하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인다. 진보의 왼쪽에는 '급진(急進)'을 쓴 뒤 설명을 이어간다. "급진은 변화를 넘어서 사회의 틀을 타협하지 않고 깨버리는 것을 말하죠."

학생들에게 "어떤 개념이 좋고 나쁜 게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보수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핵심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 체제를 서서히 개혁하는 것이고, 진보는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며 기존 체제를 개혁하는 것을 말한다. 결국 보수나 진보나 시대의 흐르는 물 위에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개혁이란 유영해야 하는 게 필수다.

보수와 진보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선 보수가 자본주의라면 중국의 보수는 사회주의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주의가 진보가 되고, 중국에서는 자본주의가 진보의 입지를 점하게 된다. 그래서 정치 진영을 구분할 때 진보와 보수로 나누기 보단 좌우로 보는 게 더 명료하게 정의할 수 있다. 친절한 설명을 위해 칠판에 쓰인 '진보 보수'를 지우고, 그 위에 '좌(左) 우(右)'를 적었다.

"자유 성장 시장을 중시하면 오른쪽에 있게 되고, 평등과 분배를 중시하면 왼쪽입니다. 우리가 유럽 선진국 정부를 부를 때 '우파 내각', '좌파 내각'으로 지칭하는 것도 이런 차원이죠. 우리 정치도 이렇게 쓰면 좀 더 분명해질 텐데, '좌파정부', '우파정부'라고 하면 좀 어색하죠."

그럼 정당은 어떻게 분류될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이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정당이 보수 정당이고, 여기에 사회주의적인 요소와 정부 개입의 확대 등을 추구하는 정당이 진보 정당이다. 이 같은 분류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보수정당이고, 정의당 정도가 진보정당이다. 좌우 구분으로 보면 '표면적으로' 국민의힘은 보수우파, 민주당은 보수좌파가 된다.

굳이 '표면적으로'라고 전제한 것은 국민의힘 내에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는 수구우파가 존재하고, 민주당에도 수명을 다한 이념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수구좌파가 코어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거 부정, 헌법의 근간을 훼손하려는 극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마저 보수나 진보라고 불러줘야 하다 보니 개념이 꼬였다. "이름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대로 본질을 나타내는 정의조차 어려울 때 세상이 어지럽다.

요즘 정치는 기존 문법으로 정의하기 쉽지 않다. 지난 2주 간 펼쳐진 국정감사장을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다. 반말은 예사고, 욕설과 조롱의 자극적 콘텐츠 생산에 뛰어들면서 정치구도 자체를 뒤엎는 '급진 쇼츠'가 판을 친다. 진영 개념 보단 쇼츠 조회수를 기준으로 나누는 게 오히려 최신 트렌드에 맞는 구분법에 가깝다. 이젠 학생들에게 '급진 쇼츠파', '100만 쇼츠파' 구분법을 설명해줘야 할 형국이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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