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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샤힌’ 목전 에쓰오일에 화학업계 위기감… 메기효과로 승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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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5. 10. 28. 17:45

에쓰오일, 최근 샤힌프로젝트 현장 공개
'NCC 감축' 참여 여부 두고 의견 분분
"정부 차원 세밀한 로드맵 필요" 제기
에쓰오일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에쓰오일
정부의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량 감축 권고로 화학업계가 긴장 상태에 놓인 가운데, 에쓰오일은 최근 울산공장 '샤힌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공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다른 석유화학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석유화학업계를 장악하려는 선전포고가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옵니다.

28일 정유·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를 지켜보는 최근의 화학업계 시선은 꽤 복잡합니다. 정부가 기업들에 NCC 감축 자율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상황에서 에쓰오일이 공격적인 투자를 마무리하고 있는 데다, 감축 대상에 에쓰오일이 포함될지 여부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에쓰오일은 얼마 전 취재진을 상대로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황을 공개하며 "장기적으로 산업단지의 밸류체인 경쟁력 강화와 국가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샤힌 프로젝트는 국내 최대 규모인 약 9조원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로, 원유에서 나프타 등 석유화학 원료를 직접 생산하는 TC2C 공법을 도입한 게 핵심입니다.

당초 에쓰오일은 석유화학업계가 합의한 구조개편안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본격적인 생산에 나선 것은 아니라 생산량 감축 여부가 모호합니다. 이에 업계에선 에쓰오일만 제외된다면 되레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감축 자체가 손해로 이어지고 다른 기업은 이익으로 직결될 수 있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에쓰오일의 참여 여부도 업계 전체의 민감한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합니다.

에쓰오일의 입장은 사뭇 다릅니다. 이번 감축의 본질이 석유화학업계의 '경쟁력 강화'에 있는 만큼 일괄적으로 적용할 사안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전략적인 성장을 위해 이 프로젝트를 준비해 왔다"며 "산업부 차원에서도 비효율 설비를 정리하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고 있어,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설비의 감축을 논하는 건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정유 중심의 수익 구조를 깨고 석유화학으로 눈을 돌린 에쓰오일의 시도는 국내 화학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샤힌 프로젝트가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어 앞으로 선의의 경쟁이 예상되고, 국내 산업도 안정화할 수 있단 분석입니다.

핵심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할지에 달려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과 감축 압박을 받는 기존 기업 간 긴장 속에서 산업 전체의 방향성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비판과 견제에 몰두하기보다 새 설비와 기술이 만들어 낼 시장 변화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괄적인 감축보다 산업 구조를 세밀히 들여다보는 정부 차원의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지금껏 그랬듯 정부가 자율성을 강조한다면서 실질적인 조정을 외면한다면, 결국 업계는 '눈치 싸움'만 계속 이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위기 앞에 선 석유화학업계가 이번 대규모 변화를 공생의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이제 지켜볼 차례입니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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