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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경주] ‘CCP 아웃’ 외친 자유대학…혐오, 외교무대까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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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10. 3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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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경상북도 경주시 신라대종 앞 광장에서 열린 자유대학의 집회에서 참가자가 'DO YOU KNOW CCP'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남형 기자
"CCP OUT!(중국 공산당 퇴출)"

29일 오후 경북 경주 대릉원 일대가 구호와 함성으로 뒤덮였다. 태극기와 성조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멸공의 횃불' 노래가 울려 퍼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붉은 글씨로 'DO YOU KNOW CCP', '中무비자입국 반대'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일부는 '天滅中共(하늘이 중국공산당을 멸한다)'이라 적힌 머플러를 허리에 두르고, '滅共(멸공)·CCP OUT'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맞춰 입었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건 보수성향 청년단체 '자유대학'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로 출발한 이 단체는 최근 '반중'을 새로운 행동 의제로 내세우며 지지층을 결집해왔다. 자유대학은 이번 집회를 "반미 시위에 맞선 맞불 집회"라고 주장했지만, 현장은 실상 '반중의 외교무대 진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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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집회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주 방문 당일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하루 앞둔 시점에 열렸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는 하루 동안 '트럼프 규탄'과 '시진핑 규탄'의 구호가 잇따르며 정치적 긴장감이 고조됐다. 자유대학은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정부의 중국인 무비자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행사"라며 집회를 열었지만, 구호와 피켓은 대체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었다.

자유대학은 지난해까지 탄핵 반대·부정선거·계엄 옹호 등 보수 정치 의제를 내세우던 단체다. 그러나 지난여름부터 '중국인 무비자 입국 반대', '화교 특혜' 등 혐중 담론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를 통해 반중 영상과 카드뉴스를 퍼뜨리며 지지층을 확대했고, 구독자 10만 명을 넘기며 청년층 극우 커뮤니티의 구심점으로 자리잡았다.

집회 현장에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지지하고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집회 현장에서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지지하고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참가자들은 미국 보수 청년단체 '터닝포인트USA(Turning Point USA)' 창립자 찰리 커크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문구가 적힌 깃발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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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같은 흐름을 "혐오를 정치적 분노로 포장해 세력을 확장하는 전형적인 정치동원형 행태"라고 분석한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혐오를 정치적 갈라치기 수단으로 활용해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모습"이라며 "국익보다 정파적 이해관계를 따라가는 행태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회를 '감정의 정치화'가 극단으로 치닫는 신호로 보고 있다. 정치적 피로감이 커질수록 단순한 구호와 분노가 빠르게 확산되고, 혐오는 현실 문제를 가리는 편리한 도구로 기능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극우 단체로도 번지고 있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는 같은 날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환영 및 시진핑 규탄 국민대회'를 열었고, 내달 1일엔 대한문 앞에서 '이재명 종북세력 규탄 국민대회'를 예고했다. 정치·외교·혐오 구호가 결합한 거리정치의 확산이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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