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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안보정론] 헤그세스 장관이 말하는 미국의 국방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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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03. 17:57

김태우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지난달 30일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Quantico)의 해병대 기지에서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이 수백 명의 장성과 주임 원사급 부사관 1000여 명을 모아놓고 행한 연설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두 번째 연사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정치적 색깔이 짙은 부분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군사 문제에 집중한 헤그세스 장관의 연설도 도매금으로 구설수에 오른 측면도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 단속 정책을 놓고 미국이 분열상을 보이는 가운데 나온 연설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치적 논쟁 부분을 걷어내고 본다면 그의 연설은 충격적 화법으로 군의 자기성찰을 촉구하고 '트럼프판 국방개혁'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한국군이 참고해야 할 교훈점도 적지 않았다.

◇ "강하고 공격적인 미군으로 거듭나야"

헤그세스 장관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So vis pacem, para bellum)"라는 베게티우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한 연설을 통해 '힘을 통한 평화'와 '군사적 우위 회복'을 목표를 제시한 후 '강하고 공격적인 군사력 재건'을 위한 실천과제들을 제시하고 즉각 실행하라고 다그쳤다. 그가 제시한 7대 실천과제는 △체력, 용모, 체형 등을 포함한 군인 기준들의 가차 없고 확고한 적용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개정된 기준들의 원상 복구 △무사안일 지휘 문화의 척결 △철저한 능력 위주 진급 체제 △정치적 올바름(PC) 깨시민(WOKE), 다양성·동등성·포용성(DEI) 성 소수자 우대 성별·인종별 할당제 등 진보적 사조를 척결하기 위한 군 리더십 교체 △훈련과 무기·장비를 중시하는 부대 운영 △방어가 아닌 승리를 목표로 하는 군대 등이었다.

◇ 억측과 비판 그리고 조언

헤그세스 장관의 연설은 곧바로 억측, 비판, 조언 등을 촉발했다. 정치적 반대자들은 '트럼프의 곡예쇼(Trump's stunt show),' '페기도니 쇼(Peggy & Donny show),' 미국 국민을 '내부의 적(enemy from within)'으로 몰고 군대를 사병화(his own armed forces)하려는 기도' 등으로 비판했다. "소령 출신의 젊은이가 많은 경륜을 쌓은 고위 장성들을 훈육하려는 것이냐"라는 식의 꾸중(?)도 있었다. 즉, '공자문전독매경(孔子門前讀賣經)'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내 말이 싫으면 사직하라"는 말로 선배 군인들을 욕보였다(humiliating)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고위 지휘관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지휘공백과 지휘계통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남녀 간 체력 차이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나 지휘관들을 사소한 '군내 괴롭힘' 관련 민원으로부터 해방시키겠다는 말은 여성 군인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수 있다며, 국장장관이 그렇게 할 권한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의견도 있었다.

◇ 안보적 함의와 교훈

그럼에도 정치적 논쟁이나 비판을 위한 비판을 제쳐두고 안보·국방 차원에서만 본다면, 국방장관의 연설은 전임 바이든 정부 동안 미국이 보인 무기력증과 그로 인한 미국의 정치·외교·군사적 위상의 추락을 감안할 때, 일단 미군에게 필요한 국방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군내의 진보적 사조를 '위선적 진보주의 사조'로 볼 수는 있으나 '쓰레기(debris),' '퇴락(decay)' 등 극단적인 표현을 쓰면서 부작용을 과장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동안 이런 사조가 지나치게 미화되면서 미군의 전투력을 갉아먹었던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연설은 지휘 문화 및 인사 쇄신과 훈련 및 군사장비의 재점검을 통해 지휘체계를 재정비하여 강하고 공격적인 미군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었다.

그럼에도 군사개혁을 실행함에 있어 정치적 사유 등 비군사적인 동기들이 개입한다면 그의 국방개혁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으며, 개혁의 성공으로 원하는 수준의 강군을 재건하더라도 군사력만으론 패권국의 위상을 유지하는 필요충분조건이 못 된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부가 국내에서 자꾸 정적(政敵)들을 만들어내고 대외적으로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을 상실한다면 미국이 누려온 도덕적 리더십은 희미해질 것이며, 사람들은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저물기 시작했다고 할 것이다.

헤그세스 장관이 제시한 국방개혁 과제들은 한국군에게도 교훈이 될 수 있다. 그가 제시한 방안 하나하나는 한국군도 필요로 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한국군은 그것들을 대입하여 자문(自問)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군은 군인의 기준들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는가? 필요할 때 결단하는 군 지도자들을 키우고 있는가? 애국심 및 능력 위주의 진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가? 전쟁에서 이겨 나라를 구할 능력자들을 엄선하여 장군으로 승진시키는가? 동성애를 인정하라는 사회 일각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무기·장비를 갖추는 데 필요한 방위력 개선비를 충분히 쓰고 있는가? 목표 의식과 정신전력을 키우는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확답할 수 없다면, 한국군은 지금부터라도 헤그세스 장관의 연설을 각성제로 삼아 스스로를 성찰하고 진정한 강군 육성에 나서야 한다. '힘을 통한 평화'와 '군사적 우위'는 미군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북한과 대치할 때든 협력할 때든, 한국군도 '힘을 통한 평화'와 '군사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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