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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 금융’ 한발 앞선 하나… 시중銀, 기업대출 경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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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11. 03. 17:48

하나, 3Q 기업대출 자산 증가율 '톱'
중소기업 대출 늘리며 성장세 주도
신한·KB·우리 등 자산 리밸런싱 속도
자본비율 관리·질적 성장 병행 필요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 경쟁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하나은행이 한발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3분기에만 3%가 넘는 기업대출자산 성장률을 기록하며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에 맞춰 중소기업대출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84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계획까지 마련하며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주요 은행들은 기업대출 시장 공략을 위해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적극적인 대출 영업으로 꾸준히 잔액 규모를 늘리며 연 5%대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 생산적 분야로 자산 리밸런싱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은행과, 건전성을 크게 개선한 NH농협은행도 향후 기업대출 비중을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비율 관리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3분기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며, 배당 등 주주환원의 기준이 되는 CET1(보통주자본비율)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3분기 하나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77조1902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조6450억원 늘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이어 신한은행이 두 번째로 많은 4조2070억원의 기업대출을 공급했고, KB국민은행(1조9847억원), NH농협은행(9751억원)순이었다. 5대 은행 중 우리은행(-6705억원)만 전 분기 대비 기업대출 잔액이 감소했다.

특히 하나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3분기에만 4조5319억원(3.28%)의 중소기업대출을 공급하면서 대기업대출 증가율(2.67%)을 앞질렀다. 3분기 중 관세 피해 중소기업과 자동차 공급망 협력기업에 대규모 금융지원을 실시했던 것이 대출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에는 그룹에서 추진하는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에 맞춰 기업대출 증가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64조원의 기업여신을 공급할 계획으로, 이에 그룹 맏형인 하나은행도 매년 10조원이 넘는 기업대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도 중소기업 대상 금리 지원 등 적극적인 대출 영업으로 3분기에만 중기대출이 2조8117억원 늘었다. 작년 2분기(4조579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신한은행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우량 중소기업에 자금공급을 확대, 수익성과 건전성의 균형을 맞춰 내년 기업대출 부문에서 5~6%대 고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KB국민은행은 부동산 금융에 치우친 자산 구조를 향후 제조업 및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우리은행은 개인사업자 임대업 대출 비중을 줄이고 혁신기업·제조업 대출을 확대하는 자산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컨트롤타워가 신설되면 기업대출도 확대 전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지난달 말 생산적 금융 태스크포스를 신설하며 기업대출 부문서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기업대출 증가세는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846조3058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5조1588억원 큰 폭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이 4조7494억원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잔액 증가 폭이 두 배 이상 커졌다.

관건은 리스크 및 자본비율 관리다.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위험가중자산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서다. 3분기 말 5대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합계는 1009조7317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증가는 그룹 CET1 비율 하락으로 이어져 주주환원 정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내년부터 정부가 비상장 주식의 위험가중치 등을 대폭 손질해 개선하기로 한 만큼, 은행의 기업대출 여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 급증을 막기 위해 우량기업 선별을 강화하는 한편, RoRWA(위험가중자산이익률) 관리를 통한 질적 성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3~4분기를 정점으로 기업 건전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기업대출 영업 환경이 이전보다 우호적"이라며 "KB금융과 신한금융도 생산적 금융 계획을 준비하고 있어 기업대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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