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특수선 등 주력선종 동시 건조 진행
美MRO 진출 위한 라이선스 취득 앞둬
"물리적 제약 뚫고 특수선 중심 시장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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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방문한 HJ중공업 영도조선소에는 실물로 처음 보는 온갖 다양한 종류의 선박들이 눈길을 끌었다. 정면에는 HJ중공업이 유일하게 건조하는 고속상륙정이, 바로 옆에는 해군 훈련함이, 그 뒤로는 거대한 컨테이너선 건조가 한창이었다. 안벽에는 독도함이 유지보수정비(MRO) 작업을 진행 중이었고, 바로 옆에는 새 해양경비함이 시운전을 마치고 인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근로자들은 용접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이동했다. 한진중공업 시절 부채에 짓눌려 자회사의 회생절차를 밟고 산은 관리 체제까지 받았던 조선소 풍경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활기가 넘쳤다.
1937년 설립된 HJ중공업 영도조선소는 한국 조선의 출발점이다. 상선은 물론 독도함과 마라도함, 고속상륙정 등 대한민국 해군의 대표 군함을 건조해 오면서 세계 최초 성과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 경기 침체와 재무 위기로 긴 침묵의 시간을 거쳤다. 2021년 사명 변경 후 조선 본업으로 체질을 재정비하며 다시 불을 밝혔다.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건설부문을 넘어 조선부문이 다시 주력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부활의 동력은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 MRO 사업 확대다. HJ중공업은 최근 미국 해군 정비 시장 진출을 위한 MSRA(해외 정비 라이선스) 취득을 앞두고 있다. 지난 9월 미 해군 실사단이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점검을 마쳤고, 조만간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라이선스가 확보되면 미 해군의 대형 선박 정비 입찰에도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지리적 여건은 HJ중공업의 강점이다. 해군작전사령부가 인접해 있어 해군 함정 정비가 신속하고, 미 해군 항모전단이 한반도 근해에 머무를 때 입항하는 곳이이 바로 부산이다. 실제로 이곳 영도조선소에서 바다 쪽을 향하면 맞은편에 어렴풋이 해군작전사령부가 보인다. 정철상 HJ중공업 전무는 "울산·거제 등 조선소와 달리 도심과 가까워 기동성과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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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곳 조선소만이 갖고 있는 한계도 있다. 조선소 핵심인 안벽 길이가 짧고 전체 규모도 여타 조선사에 비해 작아 대형 선박을 건조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물리적 제약이 존재하지만, 회사는 중소형 선박에 특화된 생산 체계를 강화해 특수선 중심의 시장을 선점하고, 틈새 영역에서 경쟁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유 대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배만 짓는 대형 조선사와 달리, 우리는 중소 해운사들이 필요로 하는 근해용 선박을 공급한다"며 "중국 외에는 대체할 곳이 많지 않기에 우리 같은 조선소가 존재해야 시장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으로 해양수산부가 이전하면서 행정·물류 기반이 강화되고, 이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