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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갈매기’ 필리핀 강타…구호나선 군 헬기 추락 등 사망자 최소 4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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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1. 05. 09:22

APTOPIX Philippines Extreme Weather Asi... <YONHAP NO-4079> (AP)
태풍 '갈매기'가 휩쓸고 간 4일(현지시간), 필리핀 중부 세부시에서 강력한 홍수에 휩쓸린 차량들이 겹겹이 쌓여 폐허가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AP 연합뉴스
올해 필리핀을 강타한 20번째 열대성 사이클론인 태풍 '갈매기'가 필리핀 중부를 강타하며 최소 4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AP 등에 따르면 필리핀 재난 당국은 전날 필리핀을 강타한 태풍 갈매기로 인한 사망자가 이날 밤 기준 최소 4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태풍의 가장 큰 피해는 지난 9월 말 강진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세부주에 집중됐다. 4일 새벽 세부 동쪽 해안에 상륙한 태풍 '갈매기'는 중심부 순간 최대 풍속 시속 180km의 강풍과 함께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냈다.

세부주 관계자는 "하루 전 3명으로 보고됐던 사망자 수가 구조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39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며 "여전히 실종자와 연락 두절된 주민들이 많아 수색·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망자 대부분은 불어난 물에 휩쓸려 익사하거나,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변을 당했다.

세부시 전역은 그야말로 물바다로 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된 영상에는 도로 위 차량들이 급류에 휩쓸려 떠다니거나 서로 뒤엉켜 처박혀 있는 충격적인 모습이 담겼다. 세부 외곽의 한 마을에서는 주택들이 지붕과 최상층만 남긴 채 완전히 물에 잠겼다.

그웬돌린 팡 필리핀 적십자사 사무총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붕 위나 집에서 구해달라는 구조 요청 전화가 너무 많이 오고 있지만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물에 떠다니는 차량과 각종 잔해물 때문에 보트 접근이 어려워 홍수가 가라앉기를 기다려야만 했다"고 절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태풍 피해 지역에 인도주의적 구호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출동했던 필리핀 공군 헬기마저 추락해 탑승자 6명 전원이 숨지는 비극이 더해졌다.

필리핀군은 이날 태풍 피해 구호 임무를 수행하던 공군 소속 헬기가 남부 민다나오섬의 아구산 델 수르주(州) 로레토 마을 인근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이 헬기는 태풍 피해 지역에 구호 물품을 전달하던 중이었으며 추락 현장 부근에서 탑승했던 승무원 6명 전원의 시신이 수습됐다. 군 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4일 밤늦게 세부시의 홍수는 일부 진정됐지만 도시 대부분은 여전히 전기가 끊기고 통신 서비스가 마비된 상태다.

필리핀 중부를 관통한 태풍 갈매기는 5일 새벽 남중국해로 빠져나가 베트남을 향해 서쪽으로 이동 중이다. 베트남 정부는 태풍이 6일밤, 최근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4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던 중부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보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필리핀은 연평균 20개의 태풍이 강타하고,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에 위치해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잦은 세계 최악의 재난 다발 국가다. 9월 말 슈퍼 태풍 라가사, 10월 초 규모 6.9 강진, 그리고 이번 태풍 갈매기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 재난에 필리핀 국민들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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