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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6.3 강진, 27명 사망 1000명 부상…폐허 속 ‘인도-중국’의 원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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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1. 05. 10:52

AFGHANISTAN-EARTHQUAKE <YONHAP NO-5106> (AFP)
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사만간주. 이날 새벽 발생한 강진으로 고속도로변 상점들이 무너져 내리자, 상인들이 잔해 속에서 물건들을 찾고 있다/AFP 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북부에서 발생한 규모 6.3의 강진으로 인해 최소 27명이 숨지고 1000명에 육박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강진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가는 가운데 탈레반 정권을 상대로 인접국인 인도와 중국도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원조 경쟁을 펼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당국은 지난 3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마자르-이-샤리프 인근을 강타한 규모 6.3의 강진으로 전날까지 최소 2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산악 지대라는 특성상 피해 집계가 어려워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피해 지역 주민 모하마드 야신은 로이터에 "상점 안에 들어가면 언제 무너질지 몰라 두려움을 느낄 정도"라며 "수십 채의 건물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쌀쌀한 날씨 속에서 맨손으로 무너진 흙더미를 파헤치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여러 보건 시설이 지진으로 손상되어 구호 활동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역시 "곧 영하로 떨어질 겨울 날씨와 열악한 도로 사정 등 구호 활동의 어려움은 막대하다"며 국제 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이러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은 역설적으로 탈레반 정권을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의 외교 각축장이 되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인도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지진 발생 당일, 아미르 칸 무타키 탈레반 외무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하고 15톤(t)의 식량 등 즉각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인도 외무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IndiaFirstResponder(인도가 지원 최전선에)'라는 해시태그를 홍보하며 가장 먼저 대응했다는 이미지를 적극 부각했다.

이는 서방의 공백을 파고들어 아프간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인도의 '소프트 파워' 전략의 일환이다. 뉴델리 옵저버 리서치 재단의 하르시 판트 외교정책 연구소장은 "인도의 아프간 지원은 현지 주민들 사이에 공감대와 호의를 형성하려는 소프트 파워 전략"이라며 "인도가 노력하지 않으면, 그 공백은 중국이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는 최근 탈레반 외무장관을 인도로 초청하고 2021년 폐쇄했던 카불 대사관을 재개하는 등 탈레반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이란의 차바하르항 운영에 대한 제재를 6개월간 면제받으면서 파키스탄을 거치지 않고 아프가니스탄과 직접 교역할 수 있는 통로까지 확보한 상태다.

인도의 움직임에 중국 역시 4일 "즉각적인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며 원조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오랜 우방이지만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이 자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직결되어 있어 탈레반과의 관계 유지가 필수적이다.

특히 중국은 서방의 제재로 손발이 묶인 탈레반 정부를 상대로 아프가니스탄의 막대한 광물 및 희토류 개발 기회를 모색해왔다. 또 아프간의 '일대일로' 공식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2021년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 서방의 제재와 국제 은행 시스템에서의 고립으로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브라힘 바히스 분석가는 "인구는 계속 증가하는데 경제 성장은 정체되면서 인도주의적 필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23년 10월 4000명 이상이 사망한 서부 지진과 지난 8월 말 2200명 이상이 사망한 동부 지진 등 잇따르는 자연재해도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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