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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졸업을 마주하는 순간, 그 익숙한 풍경은 낯설게 보인다. 더 이상 '배우가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 머무를 수 없고, 자신이 선택한 무대에 스스로 올라 서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금 무대의 문을 두드리는 많은 예술학도들은 기대와 두려움을 비슷한 무게로 품은 채, 천천히 호흡을 고르고 있다. 어디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어떻게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지 조용히 묻고 있는 시기다.
그 안에서 김하정 역시 자신만의 속도로 이 시간을 건너고 있다. 올해 홍익대학교를 졸업하는 그는 "기대와 두려움이 같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무대에서 더 깊게 살아보고 싶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무대가 자신을 받아줄지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마음이 겹쳐 있는 것이다. 화려한 경력이나 주목받는 데뷔로 시작하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시간은 오히려 더 분명하다. 준비가 끝난 순간이 아니라, 준비가 끝나가는 순간이 그를 배우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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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선명회 합창단에서의 시간은 그 즐거움을 목소리와 호흡의 형태로 다듬어 주었다. "그때 배운 발성이 지금도 제 목소리의 기본이에요." 합창은 하나의 소리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숨이 서로 기대어 만들어지는 구조였다. 김하정은 그때 무대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감각을 처음 몸으로 익혔다. 이후 고등학교 시절 뮤지컬 '영웅'을 보며 그는 무대가 자신에게 어떤 자리인지 확신했다. "그 무대를 보고 '저기 서고 싶다'고 깨달았어요." 감탄의 순간이 아니라, 자신이 서야 할 자리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홍익대학교에서의 시간은 실력보다 태도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는 "동기와 선배, 후배를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라고 말했다. 연습실은 경쟁의 장소가 아니라, 각자의 속도로 자라는 사람들이 서로의 균형을 지켜보는 공간이었다. 누군가 막힐 때 옆에서 호흡을 맞춰주는 경험을 통해 그는 예술은 관계 속에서 자란다는 감각을 점점 더 확실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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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깊게 남은 배역은 'Spring Awakening'의 일세다. 일세는 단순히 감정을 드러내는 인물이 아니라, 감정의 바닥을 들여다봐야 닿을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는 "일세는 마음이 많이 아픈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감정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이해하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상대 배우와 대화를 나누고, 노래 속에서 감정의 이동을 찾고, 홀로 무대를 채우는 순간마다 자신과 마주했다. 그 시간은 단지 연기적 성장이 아니라, 한 사람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 그는 여전히 긴장한다. "숨을 크게 쉬고, 가사와 대사를 작은 목소리로 반복해요.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요." 배우라는 이름은 무대 위에서 만들어지지만, 그 이름의 안쪽에는 언제나 떨리는 사람이 있다.
앞으로의 방향을 묻자 그는 세 단어를 두었다. 실력, 노력, 인정. 더 높이보다, 더 오래를 택하는 태도였다. 10년 뒤를 상상해달라는 질문에도 그는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때도 무대를 좋아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그거면 돼요."
지금의 김하정은 증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가 되어가는 사람이다. 날아오를 준비는 요란하지 않다. 대신 천천히 숨을 고르고, 무대를 향한 마음을 닦아두고, 오래 머물 수 있는 몸의 리듬을 만들고 있다. 그 시간은 지금도 조용히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