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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저작권 체계화 나선 엘디프 “예술도 공정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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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기자

승인 : 2025. 11. 07. 08:00

작품 판매액 최대 50% 작가에 분배
작가-기업, 동반성장 생태계 조성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문화 격차를 줄이고 새로운 일자리 및 수요를 만들어 예술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지원 기관이 있다. 2023년 개관 이후 1년 만에 5만7000여명의 예술인(단체)·예술기업이 이용하며 융합예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아트코리아랩이다. 매년 20여개 스타트업과 30여개 기업의 창·제작과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 입주기업 투자유치액이 130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이곳에서 아트테크 스타트업들이 예술의 일상화를 꿈꾸며 미래를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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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디프 양보라 대표가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김민주 기자
"음악과 출판 분야와 달리 미술 저작권은 중앙집권화 되지 않고 산재돼 관리 체계가 약합니다. 예술 공정 거래를 통해 작가가 정당한 수익을 창출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양보라 엘디프 대표는 최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커피를 공정무역하듯 예술도 공정 거래해야 한다. 예술 공정 거래로 작가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도록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대표가 처음 아트숍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업계에 작가와의 협업 사례가 많지 않았다. 인테리어를 위한 유명 작가들의 비싼 그림 액자 외에는 저작권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알 수 없는 작품이 대부분으로, 예술 시장이 양극화된 상태였다.

그는 저작권 분야에서 석사를 전공했기 때문에 특히 예술 저작권에 눈길이 갔다. 출판 분야는 이미 저작권 사업이 안정화돼 있었지만, 예술 분야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엘디프 창업 당시에는 인테리어 아트 포스터 판매로 시작했지만, 작품 의뢰가 생기고 전시도 개최하며 작품으로 패키지를 만드는 등 분야를 확장해 나갔다. 양보라 대표는 "현재 엘디프의 주력 분야는 크게 세 가지인데, 바로 K-아트숍, 아트 에이전시, 캐릭터다"라고 말했다.

엘디프는 '예술공정거래'라는 창업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양 대표는 "예술공정거래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이유는, 우리 역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처음에 딱 100만원만 가지고 창업했는데, 당시에는 저작권료를 먼저 지급하고 그림을 사서 상품을 개발하는 계약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돈을 많이 주는 기업과 저작권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작가들 위주로만 계약이 진행됐는데, 우리는 이미 유명한 작가보다는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인정받지 않은 작가들과 주로 일한다"며 "서로의 비용과 구속력을 낮추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예술공정거래를 지향하는 엘디프는 계약서 작성 단계를 매우 중시한다. 양 대표는 "작품 하나가 판매될 때 어떤 사이즈로, 어떤 액자로 판매되는지 모두 기록하고, 원가와 판매가가 각각 얼마인지도 투명하게 공개한다"며 "판매를 통한 순수익의 최대 50%까지 작가에게 저작권료로 분배하는 정신이 바로 '예술공정거래'"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산정된 저작권료는 당시 예술 업계 수준보다 상당히 높았기에 많은 작가들이 합당하게 받아들였다. 양 대표는 "지금까지도 판매액의 25%, 적으면 18%를 저작권료로 지급한다"며 "마진이 높은 작품은 판매가의 30%가 저작권료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엘디프가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하나다. 양 대표는 "여러 포트폴리오 중에서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스타일을 주로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느낌이 드는가?'다"라며 "인테리어 그림을 주로 판매하기 때문에 처음 작품을 봤을 때 밝고 통통 튀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아트코리아랩 개소와 함께 입주 기업으로 선정된 엘디프는 다방면으로 도움을 받았지만, 아트코리아랩이 '생존' 자체에 도움을 줬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경기 침체 여파를 맞으며 분당 사무실을 없앴을 때 아트코리아랩에 입주하게 돼 이 사무실 자체가 너무 큰 지원"이라고 말했다.

홍보 및 마케팅 컨설팅도 어느 기업보다 성실하게 받았다고 자부한 양 대표는 "우리 회사의 홍보 담당 직원이 매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집요하게 홍보 컨설팅을 받았다"며 "일반적으로 클릭률 3~5%면 되게 높은 편인데, 우리는 18%~22%까지도 나온다"고 자신했다. 아트코리아랩 비즈센터의 컨설팅 덕분에 홍보 담당자가 홍보 전문가가 아님에도 인터넷 광고 등에서 큰 효용을 얻은 것이다.

창작, 제작을 위한 장비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점도 엘디프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양 대표는 "급하게 시제품을 만들어야 할 때 이곳에서 바로 창작물을 제작해 볼 수 있다"며 "천 위에 전사나 프린트할 수 있는 장비도 있으며 열패치를 미리 찍어 사이즈를 가늠해볼 수도 있어 구매자에게 가이드를 더 세세하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엘디프의 최종 목표는 해외에서 인정받는 K-아트 에이전시로 거듭나는 것이다. 양보라 대표는 "K-아트에 중점을 두고 시작한 만큼 여태까지 한국 작가들이랑만 계약을 맺었다"며 "K-아트라는 정체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해외로 작품을 수출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저 '글로벌'이라는 단어만 붙이는 게 아니라, 사업 자체를 글로벌하게 해서 우리가 스스로 글로벌 기업이라고 주장하지 않아도 해외에서 '쟤네 되게 잘해'라며 인정해주는 K-아트 전문 에이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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