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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년의 잡초이야기] 〈58〉 야관문이라 불리는 ‘비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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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06. 17:48

(58-2) 비수리 그림
비수리 그림
집앞 양지바른 둔덕에는 다양한 잡초들이 살고 있다. 쇠무릎, 산국, 강아지풀, 제비꽃, 민들레, 억새, 괭이밥, 도깨비풀, 그리고 철 지난 애기똥풀까지..... 온통 잡초천국이다. 풀들이 자라기 너무 좋은 조건이라 그 중 힘센 놈이 공간을 독차지할법한데 신기하게도 조금씩 자리를 양보하며 사이좋게 공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 평화롭고 조화로운 공간에 올해 특이한 잡초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뿌리를 포함한 줄기, 잎, 열매 모두를 약으로 이용하는 '비수리'다. 비수리는 약재명이 '야관문(夜關門)'이어서 남성의 성기능에 좋다는 속설이 널리 퍼져 있다. '관문(關門)'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특정 지역이나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문'이니 '밤의 관문'이란 뜻을 그럴듯하게 유추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어느 문헌에도 남성의 특정기능을 콕 찝어 설명한 기록이 없다. 실제 연구결과에서는 피부노화 예방, 항산화 기능이 보고되었고, 최근 국내 연구진이 심혈관 질환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을 뿐이다.

비수리가 남성에게 좋다는 속설 때문에 7~8년 전 약주(藥酒), 차, 음료수 등이 앞다투어 출시되었으나 곧 사라지고 말았다. 현재 시중에는 남성의 활력을 내세우며 여러 종류의 야관문 상품들이 나와있는데 얄팍한 상술에 속아 무분별한 구매를 하거나 남용히는 것을 삼가야겠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이미지로 귀한 대접을 받는 비수리가 불쑥 나타나 주변 잡초들이 미워할 만도 하건만, 우리집 잡초들은 그런 비수리까지 이웃으로 받아들였다. 넉넉한 품을 가지고 있는 잡초들의 세계가 부럽기만 하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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