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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연합 |
하지만 3500억 달러 대미투자는 국민 1인당 1000만원 가까운 부담을 지우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헌법 취지에 맞게 국회비준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합당하다. 헌법 60조은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명기하고 있지 않은가.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에 출석해 "한미 양국간 (협상이) MOU 형식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며 "조약은 (국회가) 비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적정한 형식의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MOU는 국회 비준을 요하는 '조약'이 아니므로 비준이 필요없다는 대통령실 입장을 재확인 것이다. 김 총리는 그동안 수차례 국회에 출석해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되면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야당의원들 질의에 줄곧 "그럴 필요가 있다"고 답변해 왔다. 대통령실 압박 탓인지 슬그머니 말을 바꾼 것이라 하겠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달 29일 관세협상 타결직후 "국회 비준 절차를 비롯한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하더니 불과 이틀만에 "특별법 제정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같은 태도급변에 대해 김 총리는 "기업의 부담과 시간상 연계돼 있어서 속히 처리할 부분이 있다는 것도 감안해 달라"고 해명했다. 국회 비준 절차를 밟으면 관세인하 시점이 늦어져 기업들 피해가 커진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제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여야 갈등으로 4년여만에 통과된 전례까지 거론한다.
통상조약법 13조는 국회 비준을 위해서는 정부가 재원조달 방안과 국내산업 보완대책을 함께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절차가 번거롭다고 해서 국회비준을 건너뛴다면 향후 국론 분열 등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 과거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정을 놓고 국회 검증절차를 밟지 않으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 1인당 1000만원 가까운 부담을 지는 관세협상을 해놓고 국회 비준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어떤 오만함인지 모르겠다"고 한 것은 지극히 타당한 지적이다. 당정은 한국은행의 외화자산 운용수익 등을 대미 투자기금으로 조성할 근거 등을 담은 특별법을 이달중 최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여대야소 상황인 만큼 특별법은 국회 비준 후 처리해도 늦지 않다. 급할수록 원칙과 절차를 지켜야 뒤탈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