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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최대 부패 스캔들 ‘뇌물 노트’ 첫 공판…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또 법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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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승인 : 2025. 11. 07. 14:49

피고인만 87명 현지 사법 사상 최대
가택연금 페르난데스, 주범으로 지목
FILES-ARGENTINA-POLITICS-CORRUPTION-TRIAL <YONHAP NO-3320> (AFP)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2025년 10월 26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가택연금 중인 자택 아파트 발코니에서 집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AFP 연합
아르헨티나 사법 역사상 최대 규모 부정부패사건의 첫 공판이 6일(현지시간) 열렸다. 지난 6월 또 다른 부패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가택연금 중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72)은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돼 다시 법정에 섰다.

클라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법원은 6일 이른바 '뇌물 노트' 사건으로 기소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피고인은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공직자 22명과 기업인 65명 등 총 87명으로 아르헨티나 사법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들 피고인 전원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법정이 없어 재판은 화상회의 앱인 줌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고령을 이유로 징역 대신 가택연금 중인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도 화상으로 재판에 참석했다.

사건은 현지 매체 라나시온의 한 기자가 2018년 당시 정부 핵심 부처였던 기획부에서 근무한 운전기사의 기록을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기사는 노트에 자신의 차량 운행 기록을 남겼다. 주로 건설회사 등 공공사업을 수주하려는 기업이 제공한 뇌물을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등 정부 고위 관료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을 기록했고 그 분량은 무려 8권에 달했다.

노트에는 이동 경로, 공무원과 기업인의 실명,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뇌물 금액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는 사건을 폭로하기 전 검찰에 고발하고 노트를 증거자료로 넘겼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정부 내 범죄단체를 구성, 기업으로부터 조직적으로 뇌물을 받고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노트에 실명으로 기록된 공직자와 기업인을 모두 재판에 넘겼다.

그러면서 "아르헨티나 사법 역사상 큰 부패사건으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사망한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함께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해 부패행위를 목적으로 한 불법(범죄)단체 구성과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노트의 기록을 근거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부부가 최소 200회 이상 뇌물을 받은 것으로 봤다. 노트의 이동 경로 기록엔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이 포함돼 있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했다. 노트에 대해서는 "1500회 이상 고쳐 쓴 흔적이 남아 있다"며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화상재판이 시작되기 전 자신의 SNS를 통해 "노동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가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사법작전을 펴고 있는 것"이라며 "긴축을 덮기 위해 이런 작태를 벌이고 있지만 언제나처럼 역사가 진실을 바로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법원이 주 1회 공판을 열기로 했다며 피고인 수와 뇌물 규모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대형 사건의 1심 재판에만 최소 2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죄 판결이 나오면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에게 범죄단체 구성 혐의로 징역 10년,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6년이 선고될 수 있다.

법원은 지난 6월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에 대해 뒷돈을 받고 본인의 '정치적 고향'인 산타크루스주(州)의 한 기업인에게 도로공사 입찰에서 특혜를 준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하고 피선거권을 영구 박탈했다. 그는 70세 이상자에 해당해 형사소송법에 따라 징역을 가택연금으로 대체했다.
손영식 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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