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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로힝야족 난민선 침몰, 최소 27명 사망·수백 명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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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1. 12. 15:07

MALAYSIA-MYANMAR/CAPSIZE <YONHAP NO-4427> (REUTERS)
10일 말레이시아 랑카위. 태국-말레이시아 국경 인근 해역에서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들을 태운 보트가 침몰한 후, 경찰관들이 수습된 희생자의 시신을 살펴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로힝야족 이주민들을 태운 선박이 말레이시아와 태국 국경 해역에서 침몰한 가운데 희생자들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와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전날 말레이시아와 태국 국경 해역에서 양국 구조 당국에 의해 희생자들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사망자는 최소 27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조된 생존자는 14명에 불과하다. 침몰한 배에 탔던 나머지 수십 명과, 함께 출발했던 다른 배에 탔던 200여 명의 행방도 묘연한 상태라 대규모 인명 참사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약 2주 전 미얀마 라카인주의 부티다웅을 출발한 대형 선박에 300명가량이 탑승했다. 이날 구조된 생존자 이만 샤리프는 기자들에게 "대형 보트에서 8일을 보낸 뒤, 약 70명 정도가 타는 더 작은 배로 옮겨 탔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국경에 근접한 해상에서 3척의 작은 보트에 나눠 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샤리프가 옮겨 탄 보트는 지난 6일(목요일)경 태국 남부 타루타오섬 인근에서 악천후를 만나 전복됐다. 그는 "배가 침몰한 직후 잔해에 매달려 며칠을 버텼다. 눈앞에서 한 사람이 익사하는 것을 봤다"며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조류를 타고 생존자들과 시신이 말레이시아 랑카위섬 해안으로 떠밀려 오면서 실상이 드러나게 됐다. 11일까지 말레이시아 해역에서는 생존자 14명과 시신 20구(남성 7·여성 9·어린이 4)가 발견됐으며 태국 해역에서도 7구의 시신이 추가로 수습됐다.

더 큰 문제는 함께 출발했던 나머지 2척의 보트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이 배들에는 약 230명이 타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까지 이들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희생자들은 모두 미얀마 라카인주 출신의 로힝야족이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이들은 시민권을 박탈당한 채 불법 이주민으로 취급받으며 온갖 박해에 시달려왔다. 특히 최근 라카인주에서 군부와 소수민족 반군 간의 교전이 다시 격화되면서 수많은 로힝야족이 목숨을 걸고 브로커에게 돈을 지불한 뒤 낡은 배에 몸을 싣고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위험한 여정에 오르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올해 1월부터 11월 초까지 5300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를 떠나 위험한 해상 여정에 나섰고 이 중 600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다. 두 기구는 "미얀마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난민들은 계속해서 위험한 여정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동남아 국가들의 '보트 피플'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주요 목적국들은 과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로힝야족을 수용했지만 최근에는 자국 내 반(反)난민 정서를 의식해 해상에서 구조된 보트를 다시 바다로 밀어내버리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11일 성명을 통해 "국경에서 보트를 밀어내는 비양심적인 관행은 끝나야 한다"며 "역내 정부들은 조난당한 난민과 이주민을 태운 보트가 가장 가까운 국가에 안전하게 상륙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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