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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핫플의 언어가 잃어버린 것…런던베이글뮤지엄이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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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14. 07:00

'설명 가능한 브랜드'만이 신뢰를 얻는 시대
조직의 감도를 유지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역할
이우람 바다와하늘처럼 대표
이우람 바다와하늘처럼 대표
최근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근무하던 직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며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이 비극은 단순한 근로 환경의 문제를 넘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이 어디에 닿아야 하는가를 묻는다.

요즘의 서비스 산업은 '경험의 경제' 위에 서 있다. 소비자는 제품보다 '공간의 감정'을 사고 기업은 이를 위해 매 순간 감탄을 연출한다.

문제는 이 감탄의 구조가 지속 가능한가다. '핫플'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치열한 경쟁은 결국 사람의 피로와 감정노동을 비용 처리하는 구조로 흘러간다. 브랜드가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대신 내부의 피로를 침묵시키는 순간, 그 커뮤니케이션은 '홍보'가 아니라 '가리기'가 된다.

홍보(PR)는 더 이상 외부 이미지를 관리하는 일이 아니다. 진정한 PR은 내부의 현실을 외부와 일치시키는 언어적 정직성에서 출발한다. 기업의 미션·스토리·콘텐츠가 아무리 정교해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소외된다면 신뢰는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 이번 사건은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조직의 리스크를 보여준다. '소통의 부재'가 '안전의 부재'로 이어진 것이다.

브랜드 위기는 대개 '잘못된 메시지'보다 '늦은 대응'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위기 이전에 이미 존재하는 '내부 청취의 실패'다. 경영진이 현장의 신호를 듣지 못하고 브랜드팀이 조직의 피로를 데이터로만 해석할 때 그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현실과 괴리된다. 결국 위기는 '메시지의 실수'가 아니라 '감각의 둔화'로부터 시작된다.

오늘날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위기를 관리하는 수단이 아니다. 기업의 신뢰, 투자자의 신뢰, 소비자의 충성도는 모두 '설명 가능한 브랜드'에서 나온다. 즉 위기가 닥쳐도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가'를 투명하게 말할 수 있는 조직이 강하다.

이는 단지 도덕적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경쟁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은 내부 혼선을 줄이고, 브랜드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장기 자산으로 전환시킨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성 마케팅'이 아니라 '책임의 언어로 말하는 시스템'이다.

이제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ESG의 언어를 넘어서야 한다.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말하기 전에 사람·노동·안전이라는 가장 기본적 신뢰를 설계하는 일이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 '고객에게 어떻게 보이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에서 어떤 말을 듣고 있는가'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이 외부로만 향할 때 조직은 내부의 균열을 알아채지 못한다.

PR은 위기를 막는 기술이 아니라 조직의 감도를 유지하는 감각의 장치다. 이번 런던베이글뮤지엄 사건은 '노동'이라는 주제를 넘어 브랜드가 인간의 존엄 위에 세워질 때만 지속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이란, '좋은 말'을 잘하는 일이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먼저 감지하고 드러내는 일이다.

이제 기업의 언어는 '홍보의 언어'에서 '책임의 언어'로 옮겨가야 한다. 핫플의 감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브랜드 온도는 메시지가 아니라 사람의 체온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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