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산업비용 증가에 영향…경기 회복세 찬물
대출·투자 회수 리스크 부각…생산적 금융 전환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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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강달러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원화 약세는 산업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10월 수입물가는 최근 9개월 중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이는 금융권의 '생산적 금융' 전환에도 부정적이다.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생산적 금융 확산을 위해 기업대출과 직접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고환율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대출 건전성 관리와 투자금 회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11월 평균(14일 기준) 원·달러환율은 1453.27원으로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9월 평균 1391.83원에서 10월 평균 1423.36원으로 상승한 뒤 이달에는 다시 20원 가까이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수급 요인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연말 수입업체의 달러 결제 수요에 더해,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종료로 미국 주식투자 수요가 커지면서 그동안 국내 주식을 보유하던 외국인 투자자의 환전 수요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엔화 약세 역시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한국 모두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미국 연준에서는 12월 금리 동결 전망이 힘을 얻고 있으며, 한국 역시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로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환율 급등 속에서도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의 원화 약세는 국내외 경제 펀더멘털 악화나 신용리스크보다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자금 흐름의 일시적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달러 강세는 산업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10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1.9% 상승해 최근 9개월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하락했음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산업 비용 증가는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경기에 치명적이다. 우리나라는 원자재와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특히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금융권 생산적 금융 대전환'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5대 금융그룹은 향후 5년 동안 기업대출·직접투자·펀드 조성 등을 통해 약 463조 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성과다. 금융권은 자금을 투입한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투자금을 원활히 회수해야 하는데, 고환율로 인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 → 성과 → 수익 → 재투자' 구조가 확립돼야 생산적 금융이 확산되는데, 환율 상승은 이 구조를 위협한다는 분석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로 진입하면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나 당국의 미세조정이 나올 수 있어 급격한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며 "환율 상승세가 진정되려면 강달러 압력이 완화돼야 하며, 하락 전환의 트리거로 미국 9월 고용보고서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