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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때 사라진 신흥사 ‘시왕도’ 70여년 만에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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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11. 14. 15:19

1798년 제작된 '제10오도전륜대왕도' 환지본처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시왕도 1점 반환 결정
인사말하는 지혜 스님
신흥사 주지 지혜스님이 14일 서울 마포구 KGIT 센터에서 열린 속초 신흥사 시왕도 반환 언론 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
6·25 전쟁통에 미국으로 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강원 속초 신흥사의 불화가 돌아왔다.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었던 조선시대 '시왕도'(十王圖) 1점을 신흥사에 반환한다고 14일 밝혔다.

맥스 홀라인 관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KGIT 센터에서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 "이 중요한 작품의 반환을 위해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신흥사와 협력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공동의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시왕도는 사람이 죽은 뒤 저승에서 차례로 만난다고 전하는 10명의 시왕(十王), 즉 저승의 심판관을 그린 그림으로, 불교의 사후세계관을 담고 있다.

이번에 돌아온 불화는 1798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10점으로 구성된 시왕도의 하나로, '제10 오도전륜대왕도'(第十五道轉輪大王圖)에 해당한다. 저승 세계에서 심판을 받을 때 마지막으로 만나는 왕이다.

죽은 지 3년이 된 사람은 오도전륜대왕에게 심판받은 뒤 다음 생에서 어디에 태어날지 결정된다고 전한다. 그림은 깃털로 장식한 투구를 쓴 오도전륜왕이 붓을 들고 재판을 주관하는 모습을 정교한 필선과 채색으로 표현했다.

불교 회화사를 전공한 김미경 국가유산청 문화유산감정위원은 "(10점의) 시왕도 중 절정에 해당하는 그림으로, 윤회(輪廻)의 길이 펼쳐지는 부분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로 91.4㎝, 세로 116.8㎝ 크기의 불화는 원래 신흥사 명부전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942년 일제 조선총독부가 전국 주요 사찰의 재산 목록을 조사한 기록에는 시왕도가 남아있으며, 1953∼1954년 미군 장교들이 촬영한 사진에서도 그 존재가 확인된다.

이상래 속초시문화재제자리찾기위원회 이사장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경 속초 지역이 미군정 하에 있었던 시기에 미국으로 반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트로폴리탄박물관측은 2007년 시왕도를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원회와 신흥사는 메트 누리집에서 시왕도를 확인한 뒤, 실태 조사를 거쳐 신흥사 유물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2023년부터 반환 협의에 나섰다고 한다.

신흥사 시왕도가 돌아오는 건 2020년 LA카운티미술관(LACMA)이 소장하고 있던 시왕도 6점이 돌아온 데 이어 두 번째다. 10점 가운데 7점이 돌아온 셈이다.

이상래 이사장은 "LACMA와 메트의 시왕도는 (미국으로 나간) 반출 시기가 조금 다르다. 신흥사에 있었던 점을 입증하고 반출 시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여러 자료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두 박물관이 시왕도를 구입한 경위와 관련해, 이 이사장은 "당초 (유물 소장자가) 같은 줄 알았는데 다르다"며 "향후 나머지 3점도 함께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먼저 들어온 시왕도 6점은 현재 신흥사 수장고에서 보관 중이다. 이번에 돌아온 1점도 신흥사로 옮겨 추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속초 신흥사 '시왕도' 반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속초 신흥사 '시왕도' 반환. 신흥사 지혜 주지스님과 맥스 홀라인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관장이 14일 서울 마포구 KGIT 센터에서 열린 속초 신흥사 시왕도 반환 언론 공개회에서 협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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