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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실적과 기업의 펀더멘털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매출이 늘었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영업적자일 수도 있고,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해도 일회성 이익이나 회계 처리 변경이 반영된 결과일 때도 많다. 숫자는 사실이지만 그 숫자가 나온 배경은 언제든지 왜곡될 수 있는 것이다.
산업 특성에 따라 실적의 의미도 달라진다. 대표적으로 철강이나 반도체 산업은 원재료 가격, 환율, 가동률 변화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원가율이 1~2%포인트만 움직여도 수익성이 등락한다. 실제로 포스코홀딩스는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2610억원, 영업이익 639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매출이 아무리 커도 원가 구조가 흔들리면 수익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브랜드와 고객 충성도가 경쟁력인 화장품 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높게 나타난다. 단기적인 외부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수익성이 크게 꺾이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1082억원, 영업이익 104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 소비 부진과 면세 수요 위축이라는 악재가 있었음에도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결국 단기 실적만 가지고 투자판단을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본업 외의 영역에서 반영된 일회성이익 등이 실적을 좋게 보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투자자는 분기 실적만 아니라 몇 년에 걸친 실적의 방향을 봐야 한다.
재고 조절을 통해 일시적으로 이익을 늘리거나 일회성 요인을 활용해 수익성이 개선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결코 속일 수 없는 숫자가 있다. 바로 4~5년 동안의 이어진 영업이익률과 ROE(자기자본이익률) 추이다. 기업의 성장 지속성을 봐야 한다는 얘기다.
특정 기간 갑자기 실적이 좋아 보이는 기업은 대체로 구조적 경쟁력이 약한 경우가 많다. 장기 지표가 불안정한 기업일수록 분기 단위로 실적이 출렁이고, 이러한 기업은 실적 발표 때마다 해석을 바꿔가며 투자자들의 기대를 자극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영업이익률이 5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점차 개선된 기업은 원가 구조, 브랜드 파워, 기술 경쟁력 등 기본 체력이 단단하다는 의미다. ROE가 5년 내내 10% 안팎을 유지한 기업이라면 자본 효율성이 높고,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도 꾸준히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춘 기업이다.
실적 발표가 쏟아지는 시기일수록 투자자는 숫자의 '크기'보다 숫자의 '흐름'을 봐야 한다. 추종매수에 휘둘리기보다 기업의 펀더멘털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손실을 줄이고 올바른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