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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방송 뛰어든 1호 탈북변호사 “해외 북한인 20만명 대북정보유통 통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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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용재 기자

승인 : 2025. 11. 14. 17:13

“北 내부 인터넷 허용된 소수 인원도 타깃층...가랑비에 옷젖게 할 것”
이영현 변호사
이영현 변호사./제공=이영현 변호사
지난 11일 개국한 대북인터넷방송(KIS, Korea Internet Studio)의 대표 이영현(42) 법무법인 이래 변호사는 2002년 입국한 탈북민이다. 2019년 4번의 낙방 끝에 변호사가 됐다. '탈북민 1호 변호사'라는 타이틀로 언론에 얼굴을 비추기도 했다.

변호사로서 자리를 잡아가던 그에게 올해 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던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미국의 국제방송국들이 라디오 방송을 중단한다는 소식이었다. 곧이어 국가정보원이 운영하던 대북방송의 중단과 민간단체들의 대북 정보유입 활동에 대한 제재 소식도 이어졌다.

이영현 대표도 1999년 탈북한 이후 중국에서 라디오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접했던 터라 남일로 치부할 수 없었다. 북한 내 주민들이 제한적으로나마 외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라디오와 북한으로 은밀히 유입되는 SD카드·USB 등 뿐인데, 이 같은 통로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었다. 이영현 대표가 '북한과 세상을 잇는 정보선교사'라는 미션으로 KIS를 설립한 이유다.

이 대표는 "대북 정보 유통 채널을 늘려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그 반대 상황이 발생했다"며 북한 주민들을 외부로부터의 고립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모든 정보와 인터넷 사용이 통제된 북한 사회에 인터넷 방송을 하겠다는 그의 일성은 역설로 들렸다.

이영현 대표는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은 일반 북한 주민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북한 내에도 소수이지만 인터넷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있고 무엇보다도 해외에 파견돼 인터넷 접근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인원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 내에서 인터넷 사용이 허용된 소수의 인원과 해외에 파견된 북한인들을 대북정보유통의 통로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KIS는 해외 체류 중인 북한인들을 많게는 20만 명, 탈북민들까지 포함하면 30만 명까지 추정하고 있다.

이영현 대표는 "해외에는 공식 업무로 파견된 외교관, 무역일꾼과 함께 유학생 등도 있다"며 "특히 다른 나라 국민으로 신분을 위장해 파견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해외 체류 북한인들의 수는 상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해외에 파견된 북한 인원들이 본국으로 복귀할 때 자신이 접했던 드라마, 영화 혹은 특정 정보 등을 은밀히 반입시키는 경향을 노려 '인터넷' 방송을 계획했다.

북한 내에서 인터넷 사용이 허용된 소수의 의원도 KIS의 타깃이다. 이 대표는 "북한 내에서 서방세계 등 외부를 모니터링하는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는 인터넷이 허용된다"며 "가랑비에 옷을 젖게 만드는 방식이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북한에도 언젠가 인터넷 사용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IS는 이를 대비한 차원이기도 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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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인터넷방송(KIS, Korea Internet Stutio)이 지난 11일 공식 개국했다./목용재 기자.
△대북방송이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다고 보나.

"정확한 자료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청년교양보장법 등 이른바 3대 악법을 시행해 세심하고 강력하게 통제, 감시, 처벌을 하고 있다. 이는 라디오 등의 채널을 통해 북한 내부에 들어간 외부 문물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한편으로는 NGO들의 대북정보 유입 활동도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변에 대북방송을 듣고 탈북한 실제 사례가 있나?

"주위에 많다. 나도 탈북 이후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극동방송을 들으며 정보를 습득했다. 지난 11일 KIS 공식 개국 기념식에 온 탈북민 2명도 사회자인 김희영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김희영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KBS 한민족방송을 즐겨 청취했다는 것이다. 우리 방송국에는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을 듣고 한국에 입국한 직원도 있다. 지금도 북한에서 라디오를 듣는 사람이 상당할 것이다."

△왜 '인터넷' 방송을 하나? 북한 주민들은 인터넷을 접할 수 없다.

"알고 있다. 다른 부분을 봐야한다. 우리는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인을 많게는 20만 명 정도로 보고 있다. 해외로 나온 북한 인원들 가운데에는 다른 국적으로 신분을 속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까지 포함해 20만 명 정도로 보는데, 탈북민까지 포함하면 30만 명 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이 사람들은 북한 내부 사람들보다 정보 접근 기회가 많다. 그래서 KIS는 이분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정기적으로 귀국하기 때문에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외부 정보를 북한 내부로 유입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북한 내부 주민들의 의식을 깨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북한 내부로의 방송은 시도하지 않나?

"북한 주민들은 실질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한다. 다만 당국에 의해 승인된 일부 사람들은 인터넷 접근이 가능하다. 즉, 서방 세계나 국제정세 모니터링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인원들을 의미한다. 이런 인원들도 모니터링 중간에 우리 방송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조금씩 우리 방송을 보면서 외부 세계를 알게 될 것이다. 다만 그런 인원은 많지 않을 것이기에 우리 방송의 1차 타깃은 해외 체류 북한 주민이다."

△KIS 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을까?

"대북방송, 대북정보유입 활동을 하는 단체로서는 후발주자다. 다만 KIS의 설립은 방송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선택지를 좀 더 넓혀준다는 의의가 있다. 인터넷에는 무궁무진한 정보가 있는데 여기에 좀더 쉽게 접근하도록 서비스해주려고 한다. 일종의 대북방송 허브의 역할을하려 한다. 북한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탈북민들이 어떤 삶을 사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유튜브에 많은 탈북민들이 개인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채널들을 소개하고 이 가운데 유용하고 객관적인 정보들을 전달하는 역할도 하려한다."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자금 마련도 큰 과제일 것 같은데.

"가장 큰 숙제다. 그동안은 소수의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응원해줘서 올 수 있었다. 별도의 직장일을 하면서 우리 방송에 참여하는 구성원도 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는 지속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기업이나 단체 및 기관, 교회, 정부 등의 지원을 요청할 생각은 하고 있다. 우리 방송은 정보의 유입이라는 취지도 있지만 남북 간 의식의 갭을 좁히는 역할도 수행하려 한다. 결국 평화적 통일로 나가면서 북한 주민들의 보편적인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방송이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정기 후원(하나은행 178-910018-95705)이 있으면 좋겠다."

△방송국 구성원은 어떻게 되나?

"저와 이사장님을 포함해 총 10명이다. 한국 출신 5명에 탈북민 출신 4명, 미국인 1명이다. NGO , 방송계, IT, 법조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

△대북인터넷방송의 향후 확장성은 어떻게 보나?

"장기적으로는 인터넷이 활성화되는 것을 북한 당국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북한은 중러와 교류가 활발한데, 향후 중러 기업들이 북한에 들어가 사업을 할 상황이 된다면 이들에 대한 인터넷 접근이 허용돼야 할 것이다. 이는 중러 기업뿐 아니라 북한에 진출하는 모든 해외 기업들에게도 허용돼야 하는 부분이다. 만약 북한이 해외 기업 유치 등을 고려하고 있다면 이를 계기로 인터넷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특히 '스타링크'와 같은 획기적인 통신체계가 북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다."
목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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