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방글라 법원, ‘학생시위 유혈진압’ 하시나 前 총리에 사형 선고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117010008937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1. 17. 18:07

BANGLADESH-POLITICS/HASINA <YONHAP NO-5903> (REUTERS)
17일 방글라데시 다카의 한 법원 앞에서 한 남성이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의 사형을 요구하는 포스터를 들고 있다. 이날 법원은 2024년 학생 주도 시위 유혈 진압에 따른 하시나 전 총리의 반인도적 범죄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사형을 선고했다/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8월 대규모 학생 주도 봉기로 축출된 셰이크 하시나(78) 전 방글라데시 총리가 결국 사형을 선고받았다.

17일(현지시간) 현지매체와 로이터·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국제범죄재판소(ICT) 특별재판부는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기소된 하시나 전 총리의 궐석재판 선고 공판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수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재판부는 이날 2024년 학생 시위 당시 자행된 공격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공격"이었다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셰이크 하시나는 시위대의 살해 및 중상해를 초래한 잔혹 행위에 대해, 이를 선동하는 명령을 내렸고 진압을 예방하거나 처벌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반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또 "드론·헬리콥터·살상 무기 사용을 명령함으로써 반인도적 범죄 1건을 추가로 저질렀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오랜 동맹국인 인도에 망명 중인 하시나 전 총리는 판결을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보낸 온라인 메시지를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인도 NDTV에 따르면 하시나는 "그들이 판결을 내리게 둬라.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부모와 형제자매를 잃었고 그들(시위대)이 내 집을 불태웠다"면서 이번 재판을 "유죄 판결이 이미 정해진 캥거루 재판이자 정치적 동기가 깔린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법원 밖에서 판결을 기다리던 희생자 유가족들은 신속한 형 집행을 촉구했다. 지난해 시위에서 동생을 잃은 한 시민은 "하시나는 몇 번이고 최고형을 받아 마땅하다"고 외치기도 했다. 아들을 잃은 모하마드 아부 바카르 쉬크데르는 알자지라에 "가족들과 대중이 볼 수 있도록, 그녀를 인도에서 데려와 방글라데시 땅에서 처벌을 집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글라데시 임시 정부는 판결이 나옴에 따라 인도 측에 하시나의 송환을 다시 공식 요청하고,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발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도가 이미 한 차례 송환 요청을 거부한 바 있어 실제 신병 인도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아이러니하게도 하시나 전 총리에게 사형을 선고한 국제범죄재판소(ICT)는 2010년 하시나 전 총리의 아와미 연맹 정부가 1971년 독립전쟁 당시의 잔혹 행위를 처벌한다는 명분으로 직접 설립한 법원이다.

이 재판소는 이후 10여 년간 자맛-에-이슬라미나 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BNP) 등 하시나의 핵심 정적들을 잇달아 유죄 판결하고 사형을 집행했다. 당시 국제 인권 단체들은 "절차적 결함이 심각한 표적 수사"라고 비판했지만 하시나 정부는 이 재판소를 가장 강력한 사법 도구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학생 혁명으로 하시나 정권이 무너지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임시 정부는 이 재판소를 다시 꾸려 거꾸로 하시나 정권의 유혈 진압을 조사하도록 했다. 하시나 전 총리가 자신의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만든 사법의 칼날이 거꾸로 자신에 대한 사형 선고로 되돌아온 셈이다.

임시 정부 조사단은 이번 재판에 1만 페이지에 달하는 14권의 문서·탄도 기록·헬리콥터 비행 일정·80명 이상의 증인(생존자·의사 등) 확보와 피 묻은 의복과 탄피 등 방대한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특히 지난 7월, 전직 경찰청장이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 측 증인으로 돌아서면서 하시나의 유죄 판결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란 관측이 나왔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