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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1. 20. 10:53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
작품 가액 2조원 명화 65점 전시
루벤스·고야·모딜리아니 등
서양미술사 600년 거장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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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 전경.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 샌디에이고 미술관 특별전'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마치 500년 전 이탈리아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은 베르나르디노 루이니의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1520년경)이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막달라 마리아가 과거의 삶을 뒤로하고 회심의 순간을 맞이하는 장면을 세밀하게 포착한 이 작품은, 한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품으로 오해될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번 특별전은 더욱 의미가 깊다.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샌디에이고 미술관이 개관 100년 만에 처음으로 상설 컬렉션 25점을 포함한 핵심 소장품들을 대규모로 해외에 선보인 자리이기 때문이다. 전시에 걸린 작품들의 총 가치만도 2조원을 넘는다.

GA_01_Bernardino Luini The Conversion of the Magdalene
베르나르디노 루이니,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 패널에 유채, 1520년경, 64.77 cm x 82.55 cm, 샌디에이고 미술관 ⓒ The San Diego Museum of Art
샌디에이고 미술관 록사나 벨라스케스 총괄 디렉터는 "개관 100년 동안 상설 컬렉션이 이처럼 대규모로 해외에 나간 것은 한국이 최초"라며 "사실상 유일무이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앞서 일본 도쿄와 교토에서 열린 100주년 순회전과 비교해도 서울 전시는 특별하다. 인상주의 이후 작품들이 대폭 보강됐고, 일본에서 공개되지 않은 작품 28점이 새로 추가됐다.

전시는 5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남북 유럽의 르네상스 거장들로 시작해 바로크와 로코코를 거쳐 신고전주의와 사실주의로 이어지고, 인상주의와 20세기 모더니즘으로 마무리된다. 베로네세, 틴토레토, 엘 그레코, 루벤스, 반 다이크 등 교과서 단골 화가들의 작품이 줄줄이 나온다.

GA_02_ Hieronymus Bosch The Arrest of Christ
히에로니무스 보스, <그리스도의 체포>, 패널에 유채와 템페라, 1515년경, 50.48 cm x 81.12 cm, 샌디에이고 미술관 ⓒ The San Diego Museum of Art
전시의 백미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리스도의 체포'(1515년경)다. 현존하는 보스의 유화가 전 세계에 단 25점뿐인데, 그중 한 점이 서울에 온 것이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 베드로가 든 칼날에 '보스'라는 작가 서명이 새겨져 있다. 서명을 잘 남기지 않던 보스가 이 작품만큼은 자신의 이름을 또렷이 새겨 넣었다.

별도로 꾸며진 명상의 방에서는 5점의 종교화를 바흐의 성가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엘 그레코의 '참회하는 성 베드로'는 그리스도를 세 번 부인한 뒤 통곡하는 베드로의 슬픔을 생생히 담아냈다. 16세기 말 감정 표현이 유행하던 시기, 그레코는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GA_05_ Goya Vicente Maria de Vera
프란시스코 데 고야(프란시스코 호세 데 고야 이 루시엔테스), <라 로카 공작 비센테 마리아 데 베라 데 아라곤의 초상>, 캔버스에 유채, 1795년경, 108.27 cm x 82.55 cm, 샌디에이고 미술관 ⓒ The San Diego Museum of Art
프란시스코 고야의 '라 로카 공작 초상'(1795년경)은 화가가 중병을 앓고 청력을 잃은 뒤 제작한 작품이다. 왕실 화가였지만 자신만의 예술을 추구하던 고야는 존경하던 공작의 초상화를 그리며 과감한 실험을 했다. 인물이 살짝 입을 벌리고 있어 마치 관람객에게 말을 거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클로드 모네의 '샤이의 건초더미들'(1875년)은 훗날 인상주의를 대표하게 될 건초더미 연작의 서막을 여는 작품이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푸른 눈의 소년'(1916년)은 그 특유의 길쭉한 얼굴과 아몬드형 눈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김대성 대표는 "특정 시대나 사조에 국한되지 않고 서양미술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라며 "작품성과 희소성 면에서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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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디에이고 미술관 전경.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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