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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결혼과 출산에 환멸, 中 인구 증가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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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11. 18. 14:04

지난해 결혼 고작 610만6000 쌍
남성들 지참금, 자녀 양육비 걸림돌
中 정부도 대책이 없다고 봐도 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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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년들이 많이 떠나는 도시로 알려진 상하이(上海)의 한 젊은 부부가 주말을 맞아 자녀와 함께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최근 중국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탓에 흔히 보기 쉽지 않은 풍경이 되고 있다./신민완바오(新民晩報).
약 2억4000만여 명에 이르는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환멸과 기피 탓에 약 10여 년 전부터 설정된 중국의 인구 증가 목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앞으로도 상황은 나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곧 인구가 14억 명을 하회하는 것은 필연적 결과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나아가 13억 명의 마지노선까지 깨지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사실은 국무원 민정부의 통계를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2024년을 기준으로 법적인 결혼을 한 남녀 커플이 고작 610만6000 쌍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됐다. 역사상 최고를 기록한 2013년의 1346만9000 쌍에 비하면 고작 45%에 불과하다. 전년에 비해 무려 20.5%나 찌그러든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2024년까지 9년 동안이나 연속으로 결혼 건수가 감소한 현실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가 될 것 같다. 2022년 사상 최초로 출생 인구가 1000만 명 아래를 기록한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현재 분위기를 보면 다시 1000만 명 출생 시대로 복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단언해도 괜찮을 것 같다.

중국의 남녀들이 결혼과 출산에 극도의 환멸을 느낄 만큼 기피하는 이유는 많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역시 차이리(彩禮·신랑이 신부에게 거의 의무적으로 줘야 하는 지참금)의 존재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뺨치는 자녀 양육비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차이리의 경우 지역에 따라서는 평균 50만 위안(元·1억350만 원)을 넘어서면서 웬만큼 재력을 가지지 못한 결혼 적령기의 남성들을 좌절하게 만들고 있다.

겨우 결혼에 성공한다 해도 바로 현실로 다가오는 자녀 양육비 역시 황당하기만 하다. 자녀 1명을 18세의 성인까지 양육하는데 드는 비용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6년 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자녀 양육비가 많이 든다는 미국의 4년, 호주의 2년과 비교해도 터무니 없이 많다.

심지어 세계 최고의 양육비를 쓰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보다도 적지 않다. 30대 중반의 결혼 적령기 여성인 베이징 시민 리위안리(李媛麗) 씨가 "중국의 상황도 한국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하다고 해도 좋다. 차이리와 자녀 양육비까지 감안하면 중국의 청춘 남녀들에게 결혼이나 출산은 취업보다도 몇 배나 더 어려운 난제로 꼽힌다"면서 한탄하는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중국 청년들이 처음부터 비혼과 무출산을 목표로 할 까닭은 없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게도 이들을 결혼과 출산에 환멸을 가지도록 만들어가고 있다. 게다가 정부도 이 난제를 해결할 마땅한 대책을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과 청춘남녀들의 고민이 상당 기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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