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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이야기가 흐르는 공연, ‘힐링 인 더 라디오’ 시즌6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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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찬 선임 기자

승인 : 2025. 11. 18. 15:20

관객 사연을 바탕으로 매 회 달라지는 3부 ‘니가 필요해’
음악과 이야기로 이어지는 참여형 창작뮤지컬의 여섯 번째 시즌
힐라 6 포스터
라디오 스튜디오의 불이 막 켜진 듯 극장의 공기가 조용히 달라진다. 관객은 객석에 앉는 순간부터 한 프로그램의 방청객이 되고, 무대 위 배우들은 DJ와 가수로 변신해 사연을 기다린다.

20일 개막하는 뮤지컬 토크콘서트 '힐링 인 더 라디오' 시즌6는 이처럼 일상의 이야기가 곧바로 공연의 흐름이 되는 독특한 형식을 다시 펼쳐 보인다. 마이크와 조명, 그리고 관객이 건넨 작은 문장 하나가 무대 전체를 움직이는 힘이 되며, 극장은 자연스레 따뜻한 온도로 채워진다. 이번 시즌에서도 관객이 전한 속 깊은 말이 노래와 대사로 재탄생해, 매 회 다른 단 한 번뿐의 무대를 만들어낼 예정이다.

라디오를 극장으로 옮긴다는 발상은 '힐링 인 더 라디오' 초연 당시에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형식은 작품의 특징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장치가 되었고, 관객이 무대에 편안하게 스며들 수 있는 흐름을 만들어 왔다.

라디오라는 매체는 직접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감정을 전할 수 있는 친숙한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방청객의 위치에서 공연을 바라보게 된다. 배우가 DJ처럼 사연을 소개하고, 무대 위 가수들은 그 이야기의 결을 음악으로 확장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공연은 회차마다 다르게 흐르며, 그 변화는 이 작품이 장기간 사랑을 받아온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시즌6에서도 공연의 핵심 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무대는 총 3부로 구성되며, 그중 3부 '니가 필요해'는 작품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다. 관객이 미리 전달한 사연이 이 코너에서 하나의 드라마로 재구성되고, 배우들은 그 내용에 따라 대사와 노래의 흐름을 매회 새롭게 조정한다. 같은 무대와 같은 형식 안에서도 공연이 회차마다 다른 분위기를 띠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연이 무대 위에서 이야기로 변환되어 다시 관객에게 전달되는 순간은, 라디오 매체가 지닌 친밀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이번 시즌은 음악감독 노경민과 안무감독 이소라가 참여해 공연의 전체 흐름을 안정적으로 조율한다. 관객 사연에 따라 장면 일부가 달라지는 구조인 만큼, 배우들은 음악과 동선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준비에 집중한다. 장면 전환과 음악이 무리 없이 이어지고, 관객이 흐름에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점이 이번 시즌의 중요한 방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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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힐링 인 더 라디오' 연습 장면. / 사진 R&J아트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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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힐링 인 더 라디오' 연습 장면. / 사진 R&J아트컴퍼니
배우들은 공연의 중심에서 이러한 구조를 실제 무대 위에 구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DJ 역에는 전석형과 최다영이 참여하며, 두 배우는 각자의 톤과 호흡으로 공연의 전반적인 흐름을 이끈다. 관객 사연을 읽어내는 방식과 반응의 결은 DJ의 진행 스타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매 회의 분위기를 가르는 요소가 된다.

가수 역에는 김가온, 김예준, 조유한, 한병호가 참여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음색과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사연의 내용에 적합한 음악적 해석을 더하며, 공연 전체의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노래와 대사가 실시간으로 맞물리는 공연 특성상, 가수들의 호흡은 무대 흐름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기획·제작을 맡은 R&J아트컴퍼니는 이번 시즌에서도 관객 참여형 공연 방식을 이어간다. 사연이 곧 장면을 구성하고, 그 장면이 공연으로 구현되는 구조는 초연 이후 지속되어 온 방식이다.

관객 참여 공연은 회차마다 내용의 변동 폭이 생길 수 있어 세밀한 조율이 필요한데, 조명감독 정서빈, 무대감독 김민섭, 조연출 최유정 등 창작진은 장면 전환과 동선을 안정적으로 정리하며 공연의 기본 흐름을 뒷받침한다. 음악과 조명 역시 사연의 분위기에 맞춰 필요한 범위에서 조정되고, 이러한 작업은 전체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힐링 인 더 라디오'는 매 회 다른 구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재관람하는 관객이 꾸준히 존재한다. 한 번 본 공연이 다음 회차에서는 다시 동일하게 펼쳐지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같은 무대와 배우들이 참여하더라도 사연과 반응의 결이 달라지면 서로 다른 흐름이 만들어지며, 이러한 회차별 변화가 공연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 잡아 왔다.

이번 시즌은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처럼 일상에서 쉽게 꺼내기 어려운 말들이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다뤄지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디오라는 장치는 그런 감정의 결을 부드럽게 이끌어내고, 배우의 목소리를 통해 관객의 마음이 편안하게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3부 '니가 필요해' 코너에서 소개되는 사연과 라이브 음악은 관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순간으로 이어지며, 공연장 전체가 사연의 흐름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뮤지컬 토크콘서트 '힐링 인 더 라디오' 시즌6는 오는 11월 20일부터 12월 28일까지 대학로 R&J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매 회 주인공이 달라지는 이 공연은 올해도 관객의 이야기가 공연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무대 위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관객이 건넨 말 한마디가 노래로 변주되고, 그 노래가 다시 객석에 남는 여운이 되는 시간. 이번 시즌에서도 그 따뜻한 흐름이 대학로의 겨울을 채우게 될 것이다.
전형찬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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