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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과시보다 편안함…노프 “감성기반 미디어존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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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기자

승인 : 2025. 11. 19. 08:00

-화려함보다 피로감 줄인 미디어 연출
-B2C 모델·오리지널 콘텐츠 구축 목표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문화 격차를 줄이고 새로운 일자리 및 수요를 만들어 예술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지원 기관이 있다. 2023년 개관 이후 1년 만에 5만7000여명의 예술가·예술기업이 이용하며 융합예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아트코리아랩이다. 매년 20여개 스타트업과 30여개 기업의 창·제작과 글로벌 진출을 지원해 입주기업 투자유치액이 130배 이상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이곳에서 아트테크 스타트업들이 예술의 일상화를 꿈꾸며 미래를 실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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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호 노프 대표가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김민주 기자
"자극 중심의 미디어 환경이 누적시키는 피로감을 치유하고자 기술의 화려함을 과시하기보다는 편안함을 제공하는 미디어 공간을 만들겠습니다."

박근호 노프(NOPH) 대표는 최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드가 원하는 경험을 아날로그적 연출로 유도할 수 있다면 하이테크롤로지가 과도하게 들어갈 필요가 없다. 디지털 과포화 시대에서는 기술의 크기보다 감정의 결이 관객에게 더 오래 남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1년 설립된 노프는 인스톨레이션 기반의 뉴미디어 연출 스튜디오다. 디지털 기술을 전면에 드러내는 화려한 미디어 아트 대신 감성적 공간 연출과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머시브 전시의 자극적 경쟁에서 피로를 느낀 관람자들이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브랜드 경험을 재해석한다.

박 대표의 철학은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화했다. 2023년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는 기상 상황으로 외부 조망이 어려운 날에도 인공 구름 라이트아트를 설치해 자연적인 모습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기술을 과시하는 방식이 아니라 흐린 날 전망대를 찾은 관람객이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경험을 목표로 했다.

아모레퍼시픽과의 협업에서는 버려진 화장품 공병을 활용해 초원 같은 라이트아트 공간을 구성했다. 플라스틱 같은 폐기물을 어떻게 순환시킬지를 고민하는 브랜드의 기획 의도를 경험으로 전달한 사례다. 박 대표는 "버려진 공병으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관람객은 소재의 재해석을 체험하면서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현대서울 1주년에는 실내 정원 공간에 키네틱 민들레밭을 구현했다. 바람이 거의 없는 실내에서 모터 제어를 통해 민들레가 바람에 흔들리는 키네틱 아트 인스톨레이션을 만들었다. 백화점 내부를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환경으로 전환되도록 연출했다. 이는 박 대표가 추구하는 감성 기반 공간 체험의 방향성을 보여준 작업으로 꼽힌다.

노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시점은 2023년 아트코리아랩 입주 이후다. 기존 프로젝트 규모를 확대하려던 생각에서 비즈니스 확장이라는 관점을 받아들인 계기가 됐다. 아트코리아랩의 멘토링·투자 교육·해외 진출 지원 등을 경험하며 매출뿐 아니라 투자나 해외 진출 등 사업 분야를 확장할 수 있는 방향성을 찾았다. 지난해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컴퓨터 그래픽 및 인터랙티브 기술 콘퍼런스 '시그라프 아시아 2024'에 참가한 경험은 해외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다.

아트코리아랩의 네트워크도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같은 층에 다양한 창·제작 기반 팀이 입주해 있어 사운드·VR·AR 등 노프가 기존에 직접 다루지 않던 기술 영역의 비즈니스 방식을 가까이 볼 수 있었다. 이는 박 대표가 연출의 확장 가능성을 다시 검토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

노프는 향후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 직접 전시하고 라이트아트·키네틱아트 기반의 자체 IP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B2B 연출 경험을 바탕으로 B2C 모델을 구축하고, 기술적 협업이 가능한 제조 파트너와의 연결도 모색하고 있다. 감성적 연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국가에서 협업도 장기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박 대표는 "산업과 예술, 개인과 공간을 연결하는 감성적인 미디어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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