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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주요 매체들은 20일 호주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와 정제 유제품의 직접 수입을 막기 위해 공식적으로 1600개 이상의 제재 조치를 시행했지만 제3국을 통한 우회 거래는 사실상 방치해 왔다고 보도했다.
호주 정부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강력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를 압박해 왔다. 호주를 포함한 제재 참여 국가들은 러시아 원유 수송에 사용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그림자 함대’ 선박 150척 이상을 지정·감시하고, 러시아산 유가 상한선도 60달러에서 47.60달러로 낮추는 등 전쟁 자금줄 차단에 나섰다.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은 “러시아의 불법 침공을 막기 위해 석유 수익을 제한하겠다”며 우크라이나에 15억 달러(약 2조1000억원) 이상의 군사·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입장을 내비쳐 온 가운데 제재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호주의 공공기관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정제한 제품을 거래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호주 제재법상 러시아산 원유의 직접 수입은 금지돼 있으나 인도나 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 정제한 제품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핀란드 싱크탱크 에너지 및 청정공기 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2023년 이후 호주는 300만톤 이상의 러시아 원유 기반 정제 오일을 수입했다.
이 중 싱가포르산이 25%를 차지한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에 20억 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간접 지원한 셈이다.
특히 호주 국방부와 국민연금기금이 문제의 기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호주 방위군(ADF)의 주 연료 공급사인 비바 에너지는 세계 최대 석유 트레이더 비톨로부터 연료를 조달하는데, 비톨은 러시아 원유를 인도 정제소로 보내 정제한 뒤 호주에 판매한다.
현지 언론은 호주군의 탱크·전투기·함정 연료에 러시아산 원유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비바 에너지는 "제재를 준수한다”고 주장했지만 공급망 추적은 거부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더 직접적이다. 싱가포르 주롱 항구 지분 45%를 보유하고 있는 호주의 대형 연금기금들과 맥쿼리 은행은 2023년 이후 러시아 원유·정제유 2200만톤 중 3분의 1을 처리하며 막대한 수익을 냈다.
이들 연금기금은 러시아 석유·가스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로도 그동안 3억 달러(약 43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인도 릴라이언스 정제소의 전체 원유 중 러시아산이 34%에 달하는데 호주가 전체 연료 수입량의 약 10%를 여기서 들여오면서 실질적으로 세계 최대 러시아 유제품 구매국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호주에 거주하는 이들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공동체는 제재가 형식에 그친다며 즉각적인 우회 거래 차단을 요구하고 있다.
카테리나 아르지루 호주 우크라이나 단체 연합(AFUO) 의장은 “호주 군대가 러시아 오일로 움직이면 이는 침공의 공범이 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이미 제3국 정제 오일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했지만 호주는 추적 시스템 부족을 이유로 손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