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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800원 넘은 서울 휘발윳값… 고환율 대책 세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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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1. 21. 00:00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이 3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연합
2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주유소의 ℓ당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일 대비 1.98원 오른 1805.22원을 기록했다. 전국 평균 가격도 1735.99원으로 하루 사이 2.46원 상승했다. 서울 휘발윳값은 올해 최고치에 근접했다. 휘발윳값은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오른 것도 한 요인이지만, 달러 당 1470원대에 근접하는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이 크다. 원화값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가 원유 수입 단가를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휘발윳값 상승은 물가 전체에 연쇄적인 상승 사이클을 만들 수 있는 악성 물가 불안 요소다. 휘발윳값이 오르면 물류비·유통비를 높여 식료품·생활용품·택배비 등 다양한 품목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가계나 기업의 연료비 부담 가중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휘발윳값 상승세는 절대 가볍게 볼 게 아니다. 게다가 겨울철 난방 수요까지 더해진다. 정부도 대응을 시작했다. 산업통상부는 관련 업계와 '석유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석유제품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지 않도록 자발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환율 오름세를 누그러뜨리는 대책이 시급하다. 원화값 약세 추세가 이어지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서학 개미'로 상징되는 해외증권투자 증가에 더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늘면서 달러 수요가 급증하는 게 주원인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7일 기준 1541억 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미국에 약속한 대미 직접투자 사용분으로 외화자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국내에 유입되는 달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의 달러 수요 급증에 따른 원화값 하락은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다. 제조업 경쟁력 정체, 인구 감소 등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화되는 데다 중국의 기술력이 약진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 관세협상 결과 기업의 투자 여력이 미국으로 유출되고 매년 최대 200억 달러의 외화유동성이 미국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원화값의 중장기적 약세 기대심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고환율을 억제하려면 한국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증시에 장기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세제 혜택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방안은 시의적절하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자산의 국내 유입을 늘리도록 인센티브를 주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 부분 강제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보다 세밀한 정보가 필요하다. 미국 국세청이 해외로 나간 빅테크 기업의 현황 파악과 수익 환류를 위해 줄기차게 노력해 온 점을 참고할 만하다. 이를 위해 국세청과 산업통상부, 금융당국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더 늦지 않게 협업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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