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의 본고장 일본은 전 세계 게임사들에게 '기회의 땅'이자 동시에 '난공불락의 요새'로 통한다. 자국 IP의 텃세가 심하고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까다롭기로 유명하기 때문. 하지만 이 견고한 성벽을 넘어 이제는 현지 문화를 주도하는 '대세'로 자리 잡은 한국 게임이 있다. 바로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다.
2021년 2월, '서브컬처 종주국' 일본 열도에 첫발을 내디딘 블루 아카이브는 흥행을 넘어 '문화 현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이용자 친화적 운영으로 장기 흥행의 기틀을 다진 데 이어 최근에는 PC 플랫폼 스팀(Steam) 진출까지 성공하며 글로벌 IP로서의 체급을 키우고 있다.
◆ '레드오션' 일본 시장...'블루'로 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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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 일본 4주년 행사 외경
시장조사기관 마켓 리서치 인텔렉트에 따르면 전 세계 서브컬처 시장은 연평균 11%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며 2031년 약 485억 달러(약 70조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일본은 지난해 기준 480억 달러(약 69조)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3위 시장이자 서브컬처 팬덤이 가장 두터운 핵심 승부처다.
수많은 한국 게임이 '일본행'을 택하지만, 초반 반짝 흥행을 넘어 롱런하는 신규 IP는 손에 꼽는다. 기존 인기 IP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신생 팬덤을 형성하기까지 뼈를 깎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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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블루 아카이브 일본 앱스토어 매출 1위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블루 아카이브가 써 내려간 기록은 이례적이다. 2023년 1월 일본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등극을 기점으로 N주년 페스티벌이나 대형 업데이트 때마다 차트 정상을 탈환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서비스 4.5주년을 맞아 수영복 콘셉트의 '나기사', '미카' 캐릭터를 출시했을 때는 하루 만에 매출 1위에 복귀했다. 같은 기간 'X(구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까지 장악하며 식지 않는 화제성을 입증했다.
◆ '코미케' 제패한 한국 게임...2차 창작 생태계의 '지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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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 픽시브 투고 수
블루 아카이브의 진짜 힘은 매출 지표보다 '팬덤 생태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게임사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는 '2차 창작' 문화가 완벽하게 정착했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창작 커뮤니티 '픽시브(Pixiv)'에 등록된 블루 아카이브 관련 팬아트는 10월 31일 기준 92만 건을 돌파했다. 이는 '원신(약 89만 건)', '우마무스메(약 57만 건)' 등 글로벌 메가 히트작을 상회하는 수치로 한국 게임 중 단연 압도적 1위다.
오프라인에서의 영향력은 더욱 놀랍다. 세계 최대 동인 행사인 '코믹마켓(코미케)'에서 블루 아카이브는 해외 IP 최초이자 유일하게 단일 장르 코드를 부여받았다. 2023년 103회차부터는 단일 IP 기준 참여 서클(부스) 수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가장 최근인 106회차 코믹마켓에서는 전체 부스 규모가 전년 대비 20%가량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블루 아카이브 서클 비중은 오히려 8%대로 상승했다. 이는 현지 팬덤의 충성도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지표다.
◆ 모바일 넘어 PC로...멈추지 않는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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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 스팀버전 출시
일본에서의 성공 방정식을 바탕으로 넥슨게임즈는 서비스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월 정식 출시한 스팀(Steam) 버전은 약 1만 5000건의 리뷰 중 91%가 긍정적인 '매우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플랫폼 다변화를 통해 모바일 게이머를 넘어 PC 유저층까지 흡수하겠다는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김용하 넥슨게임즈 총괄 PD는 "선생님(이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일본 출시 5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IP가 더욱 사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넥슨게임즈는 오는 11월 29일부터 30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글로벌 서비스 4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전 세계를 아우르는 '블루 아카이브'의 전성기는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