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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문 “20년간 23만명 끈질긴 추적끝에 해결… 이제라도 진실 밝혀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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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규 기자

승인 : 2025. 11. 23. 17:41

[직접 듣는 사건후일담] 서울청 형사기동대 4팀장
'장기미제' 신정동 연쇄살인사건 풀어
국적·생사 가리지 않고 전방위 수사
"지난 사건이라도 적극적인 제보 부탁"
무려 20년 동안 미제였던 '서울 양천구 신정동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인근 빌딩 관리인으로 특정됐다. 이는 지난 2005년과 2006년 신정동 한 빌딩에서 피해자 2명이 각각 납치·성폭행에 살해까지 당했지만 풀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이번에 경찰이 피의자를 찾기까지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지난했다. 샅샅이 뒤진 현장을 다시 찾고 검증한 증거물을 다시 확인했다. 수사 대상자도 23만여 명으로 추려서 살피고 또 살펴야 했다. 국내부터 중국, 심지어 사망자들에 대한 조사까지 한 끝에 이뤄낸 결과였다.

사건을 총괄 수사한 신재문 서울경찰청(서울청) 형사기동대 4팀장은 23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유족들에게 진실을 설명할 수 있게 돼서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이제서야 피해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 팀장은 "사건의 경중을 따질 순 없지만 수사했던 여느 사건보다 값지다"고 설명했다.

-미제사건이었는데 20년 만에 해결했다.

"정말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수사해 왔는데 이제서라도 유족들에게 진실을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좀 홀가분한 마음이다."

-사건에 대한 재수사 착수 배경이 궁금하다.

"미제사건들은 조금씩 진전시키기 위해 수사를 하고 있다. 다만 이 건의 경우 서울청 미제사건 전담팀이 인계받고 신정동에서 일어난 두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동일범이라는 게 확인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졌다."

-동일범이라는 게 갑자기 어떻게 확인된 건가.

"DNA(유전자) 분석기법이 발전한 덕이었다. 사건이 발생했던 해엔 피해자들 사체에 있던 노끈 등 증거물들에서 별다른 유전자가 나오지 않았다. 2016년에 재감정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2020년 다시 감정했을 땐 유전자가 채취됐다. 이전까진 정황만 있어서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확신을 갖고 수사할 수 있게 됐다."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23만1897명의 후보 대상자를 추렸다고 했다.

"아무래도 추가 범행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신정동 전·출입자부터 증거물이었던 포대 관련 업계 등을 관계자들을 전부 봐야 했다. 우선 범행 수법 등을 토대로 가능성이 높은 대상자 1514명의 유전자를 전국을 돌면서 채취하고 대조했는데 일치하는 게 없었다. 조선족의 범행도 염두에 두고 인터폴을 통해 중국과 공조 수사하기도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에 사망자까지 눈을 돌려 수사한 끝에 찾을 수 있었다."

-결국 사망자 56명의 후보자 중에서 피의자를 찾았다.

"단계마다 검체를 확보하고 압수수색 집행과 현장 탐문을 반복하면서 범위를 조금씩 좁혀갔다. 올해 8월 피의자를 특정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피의자가 진술을 들을 수 없기에 수사 기록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현장 탐문을 하는 등의 보강 수사를 진행했다. 그래서 더 확실하게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일반 사건과 의미가 다를 것 같은데 한 말씀 해달라.

"미제사건은 발생 당시 충분하게 수사했는데도 밝히지 못한 것이기에 해결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그래서 단 한 건 해결하는 게 상당히 어렵고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건은 의미가 크다. 중요한 건 때마다 여러 제보가 있었다. 그게 계속 수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지난 사건이더라도 더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제보 부탁드린다."
최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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