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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게임업계 첫 파업’...네오플 노조, 7개월 공회전 끝 ‘백기 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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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권 플레이포럼팀 기자

승인 : 2025. 11. 26. 15:33

지난 7월 31일 네오플 임단협 승리를 위한 전면파업선포 승리결의대회 /김휘권 기자
'게임업계 최초의 전면 파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시작된 네오플 노동조합의 투쟁이 7개월여 만에 '빈손 회군'으로 막을 내렸다. 

네오플 노사는 2025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최종 타결하며 장기화된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노조는 전면 파업이라는 강수를 두며 사측을 압박했으나 결과적으로 파업 이전 제시안보다 나을 것 없는 성적표를 받아들며 전략 부재와 리더십 실종이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은 '실패한 파업'의 전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합의안의 내용을 뜯어보면 노조의 패배는 더욱 명확해진다. 네오플 노조가 지난 4월 임단협 결렬 선언 이후 준법 투쟁과 부분 파업, 전면 파업까지 불사하며 요구했던 핵심 사안들이 대부분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파업의 도화선이 되었던 '전 직원 대상 PS(이익배분) 제도화' 요구는 협상 테이블에서 끝내 배제됐고 노조 스스로 이를 철회하며 백기를 들었다. 

합의된 내용은 기본급 평균 400만 원 인상과 복지포인트 110만 포인트 상향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노조가 쟁의 행위에 돌입하지 않고 지난 3월 다른 넥슨 그룹사들과 발을 맞춰 타결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조건과 정확히 일치한다. 제주 본사 근무자를 위한 주거 지원금 인상안 역시 파업 전부터 사측이 검토하던 수준에서 결정됐다. 

오히려 협상 과정에서 회사가 제시했던 '목표 달성형 스팟 보너스'마저 노조가 거부하면서, 조합원들은 파업 기간의 임금 손실에 더해 잠재적 보너스까지 잃는 금전적 손해를 입게 됐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투쟁에 나섰던 조합원들 사이에서 파업을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6월 24일 열린 네오플 집회 현장. /김휘권 기자
노조가 이처럼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집행부의 전략 부재가 첫손에 꼽힌다. 노조 집행부는 협상의 분수령마다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출구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채 조합원 투표에 의존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지도부가 짊어져야 할 전략적 판단의 책임을 조합원에게 전가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명확한 목표 설정과 치밀한 협상 시나리오 없이 강경 투쟁 일변도로 나선 것이 교섭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리더십의 공백은 조직 내부의 균열로 직결됐다. 파업 초기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결집했던 조합원들은 뚜렷한 성과 없이 투쟁이 장기화되자 빠르게 이탈했다. 파업 막바지 참여율은 10% 미만으로 곤두박질쳤고 동력을 상실한 노조에서 150여 명의 조합원이 탈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파업 기간 중 현장 조합원들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급여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반면 집행부는 급여를 보전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내부 신뢰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졌다. 조합원의 희생을 담보로 집행부만 실속을 챙겼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넥슨컴퓨터박물관 인근에서 네오플 노조 측이 고사상을 차린 모습. /독자제공
외부의 시선 또한 싸늘했다. 네오플은 '던전앤파이터'의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 

수천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에 따른 성과급이 지급되는 상황에서 '노동 착취'와 '생존권'을 명분으로 내건 파업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었다. 같은 민주노총 산하인 넥슨지회(스타팅포인트)조차 네오플 노조의 행보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이는 네오플 노조가 그룹 전체의 시너지와 타 법인의 기여도를 무시한 채, 오로지 자신들의 실적만을 근거로 보상 독식을 요구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그룹 내부에도 존재했음을 방증한다.

이번 2025년 네오플 파업 사태는 게임업계 노사 관계에 '전략 없는 투쟁은 공멸을 부른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유저의 신뢰 하락과 기업 이미지 훼손, 노조 조직력 붕괴라는 청구서만 남긴 이번 파업은 향후 게임업계 노동 운동의 방향성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김휘권 플레이포럼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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