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예방정책 모델로 자리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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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이후 서울시 건강정책은 눈에 띄게 확대됐다. 그 중심에 있는 정책이 '손목닥터 9988'이다. 2019년 시범 도입된 이 정책은 민선 8기 들어 대대적으로 집중돼 이용자 수는 올해 250만명을 넘어섰다.
서울시민 4명 중 1명꼴로 이용하는 이 사업은 단순한 웨어러블 지급 사업이 아니라, 걸음 수·활동량·심박 수를 기반으로 건강 리워드를 제공하는 서울형 예방정책 모델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정책학적으로 보면 손목닥터 9988은 '질병 이후 치료'가 아니라, 질병 발생을 사전에 줄이는 예방정책(Preventive Policy)의 대표 사례다. 예방정책은 단기성과는 작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고령화 시대 사회복지 부담을 낮추는 사회적 투자(Social Investment) 효과를 가진다.
서울시가 이 정책을 확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방은 한 사람의 건강을 넘어서 도시 전체의 복지 재정 구조를 바꾸기 때문이다. 오 시장 이후, 서울에는 체육대회와 시민 참여형 스포츠 이벤트도 크게 늘었다. 가장 최근 개최된 '쉬엄쉬엄런'을 비롯해 쉬엄쉬엄 3종 경기, 생활체육 리그 확대, 구별 종목대회 지원까지. 시민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정책적으로 활성화됐다. 대형 스포츠 행사뿐 아니라, 지역 기반 소규모 스포츠 커뮤니티가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는 확고한 철학이 있다. 기대수명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수명(HALE)'이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세지만 건강수명은 66세. 약 17년을 질병·불편·의존 상태로 보내는 셈이다. 서울시가 손목닥터 9988·생활체육·스포츠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확대하는 이유는 이 '17년의 격차'를 줄이는 데 있다.
건강수명이 늘어나면 ① 개인의 삶의 질 향상 ② 노년층의 사회활동 지속 ③ 의료비 지출 감소 ④ 장기요양 부담 감소 ⑤ 궁극적으로 복지재정 압력 완화라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나아가 한강을 재해석해 시민의 일상에 여가와 운동을 묶고, 정원도시·보행도시 정책과 결합해 도시 전체를 '움직이는 공간'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손목닥터 9988의 이용자들이 실제 건강지표에서 얼마나 개선을 보였는지에 대한 정량적 데이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생활체육 기반시설도 자치구별 격차가 크다. 예방정책은 장기성과가 핵심인 만큼 사업 유지·데이터 축적·세대별 맞춤 정책이 필수다.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는 있다. 서울이 '의료 소비 도시'에서 '건강 생산 도시'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목닥터 9988은 서울의 건강정책을 상징하는 작은 장치이지만 그 뒤에 깔린 방향성은 크다. 예방이 복지의 시작이고, 건강이 도시의 미래라는 사실이다.
서울의 두 번째 강, '건강'이 흐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