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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코: 거대한 그녀와의 기묘한 동거 개발자 'kyp'. /이윤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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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거인 여자와 동거하는 잔혹한 비주얼 노벨을 한국에서 즐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
스마일게이트 퓨처랩 재단이 주최하는 인디게임·컬처 페스티벌 '비버롹스 2025'가 지난 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했다. 현장에는 작년보다 많은 해외 게임사들이 눈에 띄었다. 그 중에서도 유독 관심을 끈 작품이 있었다. 바로 SAFE HAVEN STUDIO의 '사에코: 거대한 그녀와의 기묘한 동거(이하 사에코)'였다.
지난 5월 출시된 사에코는 한국에서 스토브 단독으로 선보였다. 호러 텍스트 어드벤처 장르로 어느 날 소인이 된 주인공 린이 되어 '사에코'라는 여성의 책상 서랍 속에서 보내는 일주일을 그렸다. 높은 심리 묘사와 과감한 연출, 독특한 소재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도 난생 처음 접해보는 종류의 게임이었기에 플레이 후 큰 충격을 받은 작품이다. 과연 이런 게임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지 상당히 궁금했다. 그래서 사에코의 게임 개발을 맡은 'kyp'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사람 먹는 거대한 여자 사에코는 어떻게 태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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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부터 심리묘사, 연출, 소재 모두 특색있는 게임. /인게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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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 HAVEN STUDIO는 3인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다. KYP는 게임 내 시나리오와 프로그래밍, 음악, 일부 디자인과 그래픽까지 도맡았다.
독특한 소재로 눈길을 끈 사에코는 일본 웹소설 시리즈 '좀 더 무서운 이야기(もうひとつのコワイ童話)' 중 '사에코의 일주일'을 원안으로 했다. 일본에서 '키 큰 여자'가 등장하는 장르가 따로 분류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게임은 플레이어를 점점 피폐하게 만드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주인공처럼 정신적으로 지쳐가는 느낌을 받게된다. 이러한 경험은 모두 개발자의 의도였다. kyp는 "스톡홀름 증후군처럼 특정 상황에 노출되면 사람이 변하는 걸 게임에서 실감나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게임의 주요 등장인물인 사에코는 사이코패스적 면모와 다양한 매력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다. 어떻게 이런 인물을 구상하게 됐냐고 묻자 kyp는 "사람을 먹거나 죽이는 소설을 읽으면서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모티브로 삼은 소설 속 캐릭터들은 내면의 어두움 같은 깊이가 부족했는데 더 잔혹한 성격을 가진 여성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고민했고 사이코패스이면서도 아름다운 면모를 지닌 캐릭터로 구현하려 했다"고 사에코를 설명했다.
게임 속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는 주인공이 작아지기 전 연인이었던 클라라를 보내야 하는 장면이다. 클라라가 살아남는 루트 구상은 없었냐는 질문에 kyp는 단호하게 답했다.
kyp는 "주인공이 식인으로 변하기 전부터 관계가 있던 사람을 엔딩에 포함시키고 싶지 않았다, 중요한 사람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게 스토리상 핵심적인 역할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 한국 유저 열정 놀라워...다음에도 어두운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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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코: 거대한 그녀와의 기묘한 동거 개발자 'kyp'. /이윤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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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후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반응을 받았다. kyp는 "이런 '마크로필리아' 장르를 접해보지 못한 분들이 유입돼서 좋았고 다양한 분들에게 폭넓은 피드백을 받은 경험 자체가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kyp는 게임 출시 이후 다양한 국가를 돌며 전 세계 유저들과 소통했다. 특히 한국 유저들의 높은 게임 열정과 적극성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kyp는 "한국 유저 분들이 열의가 높고 강한 피드백을 주시며 서로 건설적인 개선책을 제시해 주는 게 정말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향후에는 사에코와 같은 거인 장르 게임은 만들지 않을 예정이다. kyp는 "이런 거인 장르는 다음엔 만들지 않을 것 같지만 게임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팬들을 위해 다양한 시점의 작품을 준비하려 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팬들을 향해 "게임을 처음 만들 때 이렇게 많은 팬이 생기리라 상상도 못했다. 지금은 기쁘면서도 꿈만 같다"며 "다음에는 다른 느낌의 작품을 만들 생각인데 팬들이 기뻐해 주실지 약간 불안하지만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