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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스리랑카 대홍수 사망 1500명 육박…“홍수 아닌 쓰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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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2. 07. 20:46

TOPSHOT-INDONESIA-WEATHER-CLIMATE-FLOOD <YONHAP NO-5106> (AFP)
6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아체주 아체 타미앙에서 발생한 홍수로 온몸이 진흙범벅이 된 한 주민이 뻘밭으로 변해버린 거리에 서 있다/AFP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스리랑카 등 동남아시아 전역을 휩쓴 사이클론성 폭우와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1500명을 넘어섰다. 실종자 수백 명을 포함하면 희생자 규모는 2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생존자들은 식수 부족으로 흙탕물을 마시는 등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7일(현지시간) AP·로이터 등 외신과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당국이 집계한 수마트라섬 홍수 사망자는 916명, 실종자는 410명으로 늘어났다. 스리랑카에서도 611명이 사망하고 213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희생자를 합치면 이번 재해로 인한 전체 사망자는 1700여 명에 달한다.

가장 피해가 큰 인도네시아 아체주(州) 타미앙 지역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생존자 이브라힘 빈 우스만 씨는 "이것은 홍수가 아니라 산에서 내려온 쓰나미였다"며 "친척 집 6채가 쓸려나갔고 많은 시신이 여전히 진흙 속에 묻혀있다"고 참상을 전했다.

도로와 통신이 끊긴 고립 지역 주민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슬람 기숙학교 학생 디마스(14)는 "일주일 동안 고립되어 친구들과 흙탕물을 끓여 마시며 버텼다"고 말했다. 아체 주지사 무자키르 마나프는 "사람들이 홍수가 아니라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중앙 정부의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생존자들의 슬픔은 분노로 바뀌고 있다. 주민 하디 아케르 씨는 옷도 없이 상의를 탈의한 채 구호 트럭 앞에서 "왜 공공 급식소조차 없나? 우리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소리쳤다. 그는 "부패한 관리들이 불법 벌목을 눈감아주면서 숲이 사라졌고, 그 때문에 이런 재앙이 닥쳤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환경부는 산사태 현장에서 발견된 대량의 벌목된 목재 등을 근거로, 중국 자본이 투입된 수력발전소와 금광, 국영 농업 기업 등의 산림 파괴 혐의를 포착하고 일시 조업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수마트라섬 지방 정부들은 중앙정부에 '국가 비상사태' 선포를 요청했지만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상황이 호전되고 있으며 현 조치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가재난을 선포할 경우, 대외적으로 위기 관리 능력을 의심받거나 해외 원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하는 모양새다.

반면 스리랑카 정부는 발 빠르게 대규모 보상안을 내놨다. 스리랑카 재무부는 이재민에게 안전한 거주지 이전을 위해 최대 1000만 루피(약 4700만 원)를 지원하고, IMF에 2억 달러(2951억 원) 규모의 추가 긴급 자금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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