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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입병부터 실명까지 전신 공격하는 ‘베체트병’…초기 증상 놓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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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현 기자

승인 : 2025. 12. 08. 18:00

입·눈·피부·성기·장까지 증상 범위 넓어
진단·치료 늦어지면 심각한 합병증 발생
진단 시 협진 체계 갖춰진 병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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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영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세브란스병원
"베체트병은 신체 여러 곳에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이를 미리 알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 빠르게 병원에 방문하는 게 중요합니다. 진단 시에는 협진 체계가 잘 갖춰진 큰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지난 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김도영 피부과 교수는 베체트병 치료의 핵심은 발생 가능한 증상에 미리 대비하고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체트병은 전신 여러 부위의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자가 면역 질환이다. 입, 눈, 피부, 성기, 장 신경계에 이르기까지 증상이 나타나는 범위는 매우 다양하다.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경우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증상을 유심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베체트병 환자의 약 90%가 겪는 최초 증상은 입병, 즉 구강궤양이다. 피곤할 때 한 두 군데가 헐기 시작해 환자에 따라서는 1년 내내 입이 헐어있는 경우도 있다. 김도영 교수는 "증상이 나타나는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환자에서 구강 궤양이 먼저 생긴다"며 "재발성 구내염이 있는 환자는 많지만, 궤양이 훨씬 크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잘 낫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강궤양이 나타난다고 해서 모두 베체트병은 아니다. 다만 다른 복합적인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전문가를 찾아가 보는 것이 좋다. 구강궤양 이후에는 피부의 염증성 병변이나 성기의 궤양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일시적인 관절염, 대장 궤양, 안구 포도막염 등의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구강궤양 이외 증상은 한꺼번에 두 세가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며 "보통 세 가지 정도의 증상이 있으면 진단 기준에 따라 베체트병으로 진단된다"고 말했다.

베체트병은 갑자기 새로운 부위에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주요 증상을 숙지하고 발생 시 빠르게 검사와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장베체트병이 진행돼 장천공으로 사망하거나, 포도막염이 심해져 실명에 이르는 환자들도 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구강 점막과 피부에만 증상이 있었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고 설사가 며칠 이어진다면 곧장 그 장기에 침범 가능성이 있는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협진 시스템이 잘 갖춰진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베체트병은 발생 부위가 다양해 한 명의 환자가 피부과, 안과, 내과 등 2~3개의 진료과를 반복적으로 내원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부위에 따라 치료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다학제 진료 체계가 갖춰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보다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세브란스병원은 1983년 국내 최초로 베체트병 특수클리닉을 개설하고 이러한 다학제 진료를 이어오고 있다.

김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은 각 임상과별로 베체트병 환자를 진료하는 선생님들을 배정하고 환자의 증상에 따라 서로 협진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이러한 협진 체계가 구축된 병원이 국내에 많지 않아 베체트병 진단 시 시스템이 잘 갖춰진 큰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배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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