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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AI 기업이라 불러다오’…쿠팡 잡기 위한 김범석 배민 대표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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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5. 12. 08. 17:22

후발주자 쿠팡이츠 성장에 승부수
운영형 AI 중심 매출·고객군 분석
"점주 장사에 집중할 환경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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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AI(인공지능) 기업'으로 전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 배달 중개 중심의 플랫폼 구조를 AI·데이터 기반 운영 플랫폼으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모기업 쿠팡의 물류·결제 생태계를 등에 업고 배달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자, 배민이 운영 체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점주의 부담을 줄이고 성장 여력을 키우겠다는 '파트너 중심' 전략을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외식업 종사자 대상 무료 행사 '2025 배민파트너페스타'에서 "파트너 향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인공지능(AI) 기능을 적극 도입해 외식업주가 장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의 키 메시지인 '세상 모든 것이 식지 않도록'을 언급하며 "외식업은 한국 로컬 경제의 핵심이며, 플랫폼이 먼저 변해야 파트너가 다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내놓은 전환의 중심에는 '운영형 AI'가 있다. 단순히 주문을 연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매출 패턴과 시간대별 수요, 고객군, 날씨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하루 장사의 흐름'을 먼저 읽고 문제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그는 "배민이 사장님의 두 번째 직원이 되겠다"고 표현하며, 기술이 운영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점주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플랫폼을 재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전환의 실질적 성과로는 AI 추천 서비스 '한 그릇'이 꼽힌다.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주문 2000만건을 넘어선 한 그릇 서비스는 고객 취향을 분석해 매장별 대표 메뉴를 자동 노출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도입 매장 기준 주문 수와 고객 수는 각각 30% 늘어났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배달 품질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 배민은 올해 운영 라이더 인력을 30% 늘렸으며, 업계 최초로 라이더 전문 교육기관 '배민라이더스쿨'을 설립해 배달 품질을 표준화하기 시작했다. 빠른 배달 경쟁 대신 안전과 품질, 신뢰를 서비스 핵심 가치로 삼겠다는 방향이다. 최근 소비자 비용 부담 증가로 픽업 주문이 늘어나는 흐름을 고려해 픽업 기능도 고도화한다. 픽업 기능 강화는 배달 외 매출원을 넓혀, 점주의 매출 구조를 보다 다각화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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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5 배민파트너페스타' 행사장에서 김범석 우아한형제들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파트너와 함께 만드는 배민 2.0'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장지영 기자
대표 발표 직후 파트너 대담 세션에서는 현장의 고민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식당 '바삭마차'를 운영하는 이승신 파트너는 "AI가 자동으로 노출과 주문량을 조절해주는 기능이 필요하다"며 "피크 시간대 광고 단가 조정이나 주문 임시중지 설정을 모두 수동으로 해야 해 운영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기술을 배우기 어려운 파트너의 입장에서 설계하는 것이 플랫폼의 역할"이라며 "데이터 기반으로 문제를 먼저 감지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배민은 파트너 전용 고객센터를 분리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AI 상담 기능을 도입해 1인 운영 매장의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김 대표는 "변화의 파도 속에서 파트너가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배민이 먼저 움직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배민이 내세운 '파트너 중심' AI 전략이 외식업 현장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덜어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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