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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印조선소 설립 추진… 글로벌 확장 포문 연 정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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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슬 기자

승인 : 2025. 12. 08. 18:05

HD한조양·타밀나두 주와 MOU
통합 후 싱가포르 법인 활용 전망
향후 중장기적 생산기지 역할 기대
HD현대가 인도에 신규 조선소 설립을 추진한다. 인도는 정부 주도의 조선업 육성 정책과 글로벌 제조 허브로 부상하는 시장으로, 앞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겪어온 인력·도크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거점으로도 기대된다.

정기선 회장은 올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인도를 지목하며 특수선과 상선 분야 협력에 나섰고, 현지 정부 관계자와 만남도 가졌다. 그동안 논의 수준에 머물렀던 양측 관계는 이번 조선소 설립 추진 결정으로 실질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HD현대가 최근 '통합 HD현대중공업' 출범으로 조선 부문 시너지를 본격화하는 시점과 맞물려, 이번 투자가 글로벌 사업 확장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8일 HD현대는 최근 인도 남부 타밀나두 주 마두라이에서 타밀나두 주 정부와 '신규 조선소 건설에 관한 배타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현재 타밀나두, 구자라트, 안드라프라데시 등 5개 주를 신규 조선소 건설 후보지로 선정해 최적의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선소 유치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타밀나두 주 정부는 인센티브 및 보조금 지원, 인프라 확충, 우수인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확대하면서 HD현대를 신규 조선소 건립의 사업 파트너로 최종 낙점했다.

신규 조선소 건립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거론되는 타밀나두 주의 투투쿠디 지역은 기온, 강수량 등이 HD현대중공업이 위치한 대한민국 울산과 유사해 최적의 부지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약에 따른 투자 규모가 향후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HD현대 조선부문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이달 1일 통합 법인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통합과 함께 HD한국조선해양과 통합 HD현대중공업이 공동 출자한 싱가포르 투자법인이 설립되는데, 이번 인도 투자가 사실상 해당 법인의 첫 과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인도는 올해 정 회장이 강조해 온 핵심 성장 시장이자, 글로벌 인구 1위·친환경 제조 허브로 부상 중인 지역이다. 인도 정부는 '해양산업 비전 2030'과 '암릿 칼 비전 2047'을 앞세워 자국 조선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 조선 산업의 경우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이 1%에 못 미쳐 현재 해외 조선소 및 기업과의 협력에 적극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켄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약 9000만 달러(약 1200억원) 규모였던 인도 선박 건조 및 수리 시장은 2033년 81억2000만 달러(약 11조9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60%를 웃도는 폭발적 성장률이 예상되면서, HD현대가 초기 시장 선점 효과를 거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HD현대는 7월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인 코친조선소와 조선부문 협력에 나서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알렸다. 당시 정 회장은 인도 시장의 높은 성장 가능성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11월에는 HD현대중공업과 인도 코친조선소 간 함정 사업으로 협력을 확대했고 같은 달 정 회장은 인도 석유부 장관을 만나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또 HD현대는 이달 초 인도 남부 도시 벵갈루루에서 인도 국방부 산하 국영기업인 'BEML(Bharat Earth Movers Limited)'과 '크레인 사업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HD현대는 BEML과 설계·생산·품질 검증 등 크레인 제작 전 과정에서 협력을 확대, 인도 내 항만 크레인 제조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 아시아 시장의 선박 수주 확대 과정에서 도크 부족과 숙련 인력 확보 문제를 큰 장애물로 꼽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도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사업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 보고 있다.

실제로 HD현대도 해외 건조 능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30여 년간 베트남에서 HD현대베트남조선을 동남아 최대 조선소로 키워낸 데 이어 올해 필리핀에선 HD현대필리핀조선소가 첫 선박 건조에 나섰다. HD현대는 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 조선소 및 엔진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번 인도 조선소 설립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한층 더 단단해질 전망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인도는 조선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 의지가 강해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시장"이라며 "인도와의 조선·해양 분야 협력을 지속 확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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