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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베네수 앞바다서 대형 유조선 억류”…긴장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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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5. 12. 11. 09:59

군사력 증강·마약선 격침 이어 경제적 압박
석유 수출은 베네수 국가 수입 대부분 차지
마두로 정권 생존 기반 흔들 수 있어
TRUMP ROUNDTABL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하이테크 업계 관계자들과 원탁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 인근에서 한 유조선을 억류했다고 발표했다./UPI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해안 부근 국제수역에서 대형 유조선을 억류한 사실이 10일(현지시간)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경제 라운드테이블 행사에서 행한 연설에서 "여러분이 아마도 알겠지만, 우리는 방금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유조선 한 척을 억류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유조선이다. 매우 크다. 사실, 억류한 유조선 중 사상 최대 규모"라고 했다. 그는 "다른 일들도 진행 중이며, 나중에 보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베네수엘라를 향한 군사·경제적 압박이 확대되는 가운데 나온 '다른 일들'이라는 표현은 여러 관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몇 달간 미군이 카리브해 일대에 병력을 대규모로 증강 배치하고, 마약 운반용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격침시키는 등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난파선처럼 흔들리는 베네수엘라 경제에서 석유 수출은 국가 수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번 조치는 미·베네수엘라 간 긴장을 한층 끌어올릴 전망이다.

미 정부 당국자 3명은 로이터통신에 "해안경비대가 이날 아침 국제수역에서 해당 유조선을 억류했다"며 "선원들의 저항은 없었고 인명 피해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들은 이번 처분이 "오랜 기간 준비된 작전의 일환"이라며 향후 추가 억류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 당국자는 선박이 '스키퍼(Skipper)'라는 이름으로 운항 중이었으며,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의 원유를 실어 아시아로 향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선박은 과거 이란산 원유 밀수에 연루된 혐의로 미국의 조사를 받아왔고, 약 2주 전 연방법원이 억류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 내용은 비공개 상태여서 선박·적재 원유 중 무엇이 영장 대상인지, 또 향후 소유권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박 소유주에 대한 질문에 "그 석유는 우리가 갖게 될 것 같다"고 답해 국제법적 논란을 예고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억류가 베네수엘라 경제에 미칠 충격은 적지 않다고 NYT는 전했다. 베네수엘라의 11월 원유 수출량은 하루 92만 배럴로 소폭 증가세를 보였지만, 미국의 봉쇄와 제재가 강화되면서 수출 경로는 지속적으로 압박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을 포함해 미군 병력 1만5000명 이상을 카리브해 일대에 배치하며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왔다. 그는 최근 "베네수엘라 본토 공격도 매우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하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군사력 압박은 마약 카르텔뿐 아니라 마두로 정권 축출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확인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부패, 제재, 내부 파탄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있다. 미국이 선박을 억류하고 석유 흐름을 차단하는 전략을 본격화할 경우, 마두로 정권의 생존 기반을 흔드는 압박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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