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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건은 유명인에 대한 가십(gossip)으로 끝나지 않고 정치인, 종교인, 법학자까지 나서 그의 은퇴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친여 인사들은 조진웅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쏟아냈고, 야당은 민주당이 죄질이 안 좋은 소년범 출신 배우를 감싸고 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우리 형사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을 둘러싼 논쟁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공인은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받아야 하며 과거의 잘못도 예외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둘째, 언론과 대중이 누군가의 과거 범죄를 소환해 사실상 추가 처벌을 가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반론이다. 셋째, 소년범의 경우 처벌의 목적이 교정과 재사회화이므로 성인기에도 낙인이 지속되는 것은 소년법 취지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단순하고 명확하게 찬반으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이렇게 형사제도에 대해 난해한 문제에 봉착할 때 유용한 분석의 틀이 경제학자들의 최적(最適)처벌이론이다. 이 이론은 실제 선진국의 형사제도에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이것의 기본 전제는 범죄가 처벌 강도와 적발 확률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처벌만 강하고 적발 확률이 낮으면, 범죄자는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유인을 갖게 된다. 반대로 적발 확률이 높더라도 처벌이 낮으면 억제 효과가 약하다. 범죄를 최소화하려면 이 두 가지가 제도적으로 조화되어야 한다.
또한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범죄를 100% 적발하기 위해 경찰을 무한정 늘릴 수 없으며 모든 범죄에 중형을 선고하면 집행 비용만 늘어난다. 즉, 범죄로 인한 피해, 감시 비용, 집행 비용이 모두 고려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처벌 기준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최적처벌이론에 따르면 처벌은 강할수록 효과적인 것도, 약할수록 정의로운 것도 아니며, 형사 처벌은 단순히 응보, 예방, 교정 등을 넘어선 사회 전체의 장기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문제가 된다.
최적 처벌 기준은 범죄 유형마다 다르다. 화이트칼라 범죄나 가격조작, 부당거래 같은 경제범죄는 피해액이 크고 적발 확률이 낮다. 이런 범죄는 벌금형을 충분히 높이는 것이 효율적이다. 반면 폭력범죄나 성범죄처럼 피해가 심각하지만 벌금으로 대체할 수 없는 범죄는 격리와 재활이 필요하지만, 지나친 장기형은 오히려 재범 확률을 높이고 격리 비용만 증가시킬 수 있다.
낙인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낙인 역시 일종의 처벌이다. 낙인효과가 지나치게 크면, 형기를 마친 사람도 노동시장 복귀가 어려워져 재범에 노출된다. 이 역시 사회적 비용이다. 소년범죄의 경우, 고용 배제, 경력 단절, 장기적 낙인 같은 사회적 비용 때문에 최적 처벌의 기준은 응보보다는 재범 방지와 재사회화에 맞추어져야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과거 범죄가 현재 경제활동과 사회참여를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런 문제가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조진웅의 은퇴는 특정 진영의 감싸기와 때리기 경쟁으로 전환되면서 소년범죄와 재사회화라는 원래 문제를 벗어나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미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이 조짐은 매우 우려되는 현상이다. 그 이유는 정치화가 사회적 비용을 왜곡하여 최적 처벌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정치화는 처벌의 강도를 왜곡한다. 처벌의 강도는 범죄의 심각성과 사회적 비용 최소화 원칙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는데, 정치적 갈등이 개입하면 처벌의 강도가 정치 이데올로기에 의해 판단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최적 처벌이 아니라, 정치적 신호 보내기(signaling)에 따라 형성된 비효율적 처벌이다. 또한, 정치화는 낙인의 크기를 왜곡한다. 원래 낙인은 사법적 처벌보다 가볍거나, 최소한 의도치 않은 부산물이다. 그러나 정치화된 사건에서는 낙인이 정치적 동원 도구가 되어 낙인 크기가 증폭되거나 축소된다. 예컨대, 조진웅에 대한 낙인은 사회적으로 해소될 수 있음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그를 옹호할 경우 오히려 사회적 반감을 일으켜 낙인 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형사제도가 의도한 재사회화 목적과 충돌하여 최적 처벌을 무력화한다.
결론적으로 지금 논쟁은 정치화를 벗어나 소년범죄의 최적 처벌은 무엇인가라는 문제로 재조정되어야 한다.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본질을 벗어난 옹호와 비난도 중단될 필요가 있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