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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인근 공습에 ‘관광·안보’ 휘청…태국은 “먼저 총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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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2. 17. 09:25

THAILAND-CAMBODIA/ <YONHAP NO-5932> (REUTERS)
16일(현지시간) 태국 부리람주의 임시 대피소에서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을 피해 온 주민들이 식사 배급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 간 무력 충돌이 앙코르와트 인근과 해상으로까지 확대되는 등 격화되면서, 양국 접경 지역에서는 80만 명에 달하는 피란민이 발생해 인도주의적 위기가 커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태국과 캄보디아 간 무력 충돌이 연말 관광 성수기를 맞은 양국의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캄보디아는 태국군이 앙코르와트 사원이 위치한 시엠립주(州) 깊숙이 공습을 가했다고 비난했고, 태국은 "공격자인 캄보디아가 먼저 휴전을 선언해야 한다"며 협상의 문턱을 높였다.

17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태국 외교부는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태국 영토를 침범한 공격자는 캄보디아"라며 "휴전을 원한다면 캄보디아가 먼저 선언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또한 국경 지역의 지뢰 제거 작업에 진정성을 보일 것을 요구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한 '휴전 합의'를 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부인한 데 이어, 협상의 선결 조건을 캄보디아 측에 떠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전투 양상은 더욱 과격해지고 있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 전투기가 국경에서 약 70km 떨어진 시엠립주 민간인 대피소 인근을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시엠립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사원이 위치한 캄보디아 관광의 심장부다.

이미 6월부터 11월 사이 앙코르와트 티켓 판매량이 전년 대비 17% 급감한 상황에서 이번 공습 소식은 캄보디아 경제의 10%를 차지하는 관광업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태국 역시 비상이 걸렸다. 태국 이민국은 "외국인 용병이 입국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며 주요 공항 5곳의 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했고, 캄보디아와 국경을 맞댄 뜨랏주 일부 지역에는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뜨랏주는 코창 등 유명 휴양 섬 관광지로 향하는 관문이어서 태국 남부 관광업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양국은 관광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공습을 피해 달아나는 주민들의 영상이 확산하며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반면 태국 군 당국은 이를 "국제사회의 동정을 얻기 위한 캄보디아 측의 연기이자 조작"이라고 일축했다. 태국 측은 "우리는 캄보디아 군 수뇌부 무력화를 위한 정밀 타격만 수행 중이며 민간인은 표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전투는 라오스 접경지대부터 태국만에 이르는 800km 국경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태국 해군이 캄보디아에 대한 연료 봉쇄까지 검토하는 등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양국에선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32명이 사망하고 약 8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캄보디아가 육로 국경을 폐쇄하면서 태국인 5000~6000명도 포이펫 등 국경 도시에 고립된 상태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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