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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태국 외교부는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태국 영토를 침범한 공격자는 캄보디아"라며 "휴전을 원한다면 캄보디아가 먼저 선언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또한 국경 지역의 지뢰 제거 작업에 진정성을 보일 것을 요구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한 '휴전 합의'를 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부인한 데 이어, 협상의 선결 조건을 캄보디아 측에 떠넘긴 것으로 풀이된다.
전투 양상은 더욱 과격해지고 있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 전투기가 국경에서 약 70km 떨어진 시엠립주 민간인 대피소 인근을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시엠립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 사원이 위치한 캄보디아 관광의 심장부다.
이미 6월부터 11월 사이 앙코르와트 티켓 판매량이 전년 대비 17% 급감한 상황에서 이번 공습 소식은 캄보디아 경제의 10%를 차지하는 관광업에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태국 역시 비상이 걸렸다. 태국 이민국은 "외국인 용병이 입국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며 주요 공항 5곳의 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했고, 캄보디아와 국경을 맞댄 뜨랏주 일부 지역에는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뜨랏주는 코창 등 유명 휴양 섬 관광지로 향하는 관문이어서 태국 남부 관광업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양국은 관광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치열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공습을 피해 달아나는 주민들의 영상이 확산하며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반면 태국 군 당국은 이를 "국제사회의 동정을 얻기 위한 캄보디아 측의 연기이자 조작"이라고 일축했다. 태국 측은 "우리는 캄보디아 군 수뇌부 무력화를 위한 정밀 타격만 수행 중이며 민간인은 표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전투는 라오스 접경지대부터 태국만에 이르는 800km 국경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태국 해군이 캄보디아에 대한 연료 봉쇄까지 검토하는 등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양국에선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32명이 사망하고 약 8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캄보디아가 육로 국경을 폐쇄하면서 태국인 5000~6000명도 포이펫 등 국경 도시에 고립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