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서울 마곡 코엑스. '컬리푸드페스타' 간판 아래 가족, 친구 단위의 관람객이 고르게 섞였다. 약 7452㎡ 규모 공간에는 시식과 체험존이 어우러졌고, 부스마다 직원들이 재료를 손질하거나 요리를 완성하며 방문객을 맞이했다. 한우·수산물 존에서는 전복 손질 과정과 활용법을 설명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행사장 한가운데 마련된 휴식 테이블에서는 받아 든 음식을 나눠 먹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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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은 컬리 푸드 페스타에서 다음 달 출시 예정인 고농도 순두부 4종을 첫 공개했다. 신제품은 300g 기준 콩 사용량을 기존 대비 약 30% 늘린 것이 특징이다. 사진은 풀무원이 페스타 방문객들을 위해 개발해 선보인 연꽃 순두부(왼쪽부터), 두부 카프레제, 흑임자 두부. / 차세영 기자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컬리의 미식 행사가 막을 올렸다. 이날부터 21일까지 '홀리데이 테이블' 콘셉트로 열리는 컬리푸드페스타는 단순 시식 행사를 넘어 상품 기획 배경과 재료 선택 과정, 요리 활용 방식까지 직접 설명하는 체험형 콘텐츠로 구성됐다. 식품 전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109개 파트너사에서 160여 개 F&B 브랜드가 참여, 삼양식품·롯데호텔·윤서울 등 50여 개사는 올해 새롭게 합류했다.
행사장은 고기·수산물·간편식·베이커리 등 7개 구역으로 나뉜다. 브랜드 중심으로 구성되는 뷰티와 달리 식품은 카테고리 기준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반영했다.
가장 긴 줄이 이어진 곳은 풀무원 부스였다. 풀무원은 다음달 출시 예정인 고농도 순두부 신제품을 현장에서 선공개했는데, 시식에 나선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고소하다" "두부 같지 않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풀무원은 이를 활용한 연꽃 순두부와 두부 카프레제, 흑임자 두부 등을 즉석에서 조리해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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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푸드 페스타에서 투쁠 한우를 선보인 '태우한우'(왼쪽) 부스와 전복 등 수산물을 소개한 '보물섬' 부스. 대규모 행사에서는 보기 드문 고단가·초신선 식재료를 선보였다. / 차세영 기자
푸드 페스타는 가격 경쟁이 격화된 이커머스 시장에서 컬리가 선택해 온 '프리미엄 전략'을 오프라인으로 옮긴 사례다. 쿠팡·SSG닷컴 등 주요 플랫폼이 할인과 물량 중심 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컬리는 상품 기획과 브랜드 경험을 축으로 한 차별화 전략을 고수해 왔다.
컬리는 이 과정에서 '프리미엄'의 개념도 재정비했다. 컬리 관계자는 "컬리가 말하는 프리미엄은 단순히 가격이 비싼 상품을 뜻하는 것이 아닌, 선택의 기준을 높이는 것에 있다"며 "가장 좋은 상품을 골라내는 '큐레이션'이 핵심"이라 밝혔다.
현장에 전시된 상품 구성에서도 이 같은 기준이 드러났다. 수산 카테고리에서는 매일 아침 산지에서 조업한 굴을 선보였고, 제주도에서 당일 착유·생산된 우유도 다음 날 페스타 현장에서 맛볼 수 있게 했다. 대규모 행사에선 보기 드문 고단가·초신선 식재료다.
이커머스 중 유일하게 컬리에 입점한 농가 브랜드 '바름팜'도 컬리의 차별성을 체감하고 있다. 바름팜 관계자는 "3년 전까지 쿠팡에 입점했지만 10원 단위 가격 경쟁으로 물량이 수시로 바뀌어 생산 계획을 세우기 어려웠다"며 "컬리는 생산·수확 단계부터 물량과 일정을 함께 논의해 예측 가능성이 높다. 현재 매출의 60~70%가 컬리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가격 경쟁보다 기획과 파트너십을 중시하는 컬리의 유통 구조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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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푸드 페스타 '바름팜' 부스에 전시된 신선 채소. 대형 마트를 축소해 구현해 놓은 듯한 구성이 특징이다. / 차세영 기자
이 전략은 실적에서도 일정 부분 성과로 나타났다. 컬리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61억원, 당기순이익 23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그간 물류센터 확충과 시스템 고도화에 투입됐던 비용 부담이 완화되고 운영 효율성이 개선된 결과다.
컬리 관계자는 "고객들이 '컬리는 무조건 비싸다'고 생각하는 오해를 줄이고 싶다"며 "경험을 통해 컬리가 제안하는 프리미엄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