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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성 커진 마약 독립 수사…“한국형 DEA로 판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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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승인 : 2025. 12. 21. 18:19

지난달 출범한 전담 수사조직 '한시적'
새 기관 만들자니 역할 등 혼선 우려
"합수본 키워 법률로 상설화 시켜야"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출범식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출범식 /연합뉴스
마약 범죄에 대응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한국형 DEA(미국 마약단속국)'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업무보고에서 마약 수사의 '독립 관청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례와 마찬가지로 기존 기관과의 권한 중복, 혼선 등이 불가피한 만큼 완전히 새로운 수사 기관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달 출범한 마약범죄 합동수사본부(마약합수본)를 확대해 상설화시키는 방안 등이 제시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법무부·대검찰청 업무보고에서 "마약수사는 독립 관청화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마약 수사는) 일반 사범 수사하듯 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마약 수사 전담기구, 이른바 '마약수사청'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한국은 이미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었다. UN(유엔)은 마약 청정국의 기준을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 20명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검거된 마약사범은 2만3022명이다. 이는 국민 10만명당 45명으로, 유엔 기준을 두배 이상 뛰어넘은 것이다.

이에 지난달 21일 국내 최초의 마약 전담 수사조직인 마약합수본이 출범했다.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8개 기관의 마약 수사 인력 86명으로 구성됐다. 마약합수본은 본부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박재억 수원지검장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후 사의를 표명하면서 제1부본부장인 신준호 부산지검 1차장검사가 본부장 대행을 맡고 있다. 기관별로 흩어져 있던 수사·단속 기능을 하나의 컨트롤타워로 묶어 미국 DEA처럼 마약 범죄만 전담하는 전문 조직을 두자는 구상이다. DEA는 마약 범죄만을 전담하는 연방 수사기관으로, 수사·정보·국제 공조 기능을 한 조직에 집중시킨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합수본은 출범 이후 마약 사범 20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11명을 구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합수본이 한시적 조직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도 함께 제기된다. 이에 수사기관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과제다. 완전히 새로운 독립 기관을 만들 경우 기존 검찰·경찰·관세청 등 수사·단속 권한을 가진 기관의 역할과 권한을 명확히 조정해야 한다. 각 기관이 지금까지 수행해온 수사권, 정보 수집권, 기소권 등을 새 조직에 어떻게 배분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기관들의 반발이나 각종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공수처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수처는 법안 통과 과정에서 여야 간 극심한 대립과 논쟁을 겪었고, 출범 이후에도 권한 중복과 인력 부족 문제 등으로 혼란을 겪었다. 이는 공수처가 출범 5년째 '제한적 기소권' 논란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독립 수사기관 설계의 조직적 난관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실적 대안으로 '합수본 확대·전환 모델'이 거론된다. 합수본을 법률로 상설화하고 단계적으로 수사권과 국제 공조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파견 인력을 전속 인력으로 전환하면 사실상 독립기관의 골격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준호 대행 역시 업무보고에서 "합수부가 생겼지만 한시적 조직이라 결국 길게 봐서는 마약 수사만 전담하는 청을 만들거나 기소, 공소 유지, 국제 공조, 치료, 재활까지 하는 청을 만들지 등 길게 봐서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합수본에서 (수사가) 가능하지만 항구적으로 안 되면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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